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현실을 바꾸려는 일에 참여한 이로부터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다. 인턴을 마친 그는 이제 자신의 말대로 ‘낮은 자세’로 배우려 할 것이다. 대통령이 그간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눈높이론이다.
지난 2006년 프랑스에선 26세 미만 노동자를 처음 고용한 2년 동안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법(CPE)에 반대하는 대폭동이 일어났다. 대학생들이 동맹휴학과 거리시위에 나섰고 여기에 노동자들까지 가세하자 결국 정부는 법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20대의 조직화 정도가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금) 6개 학생단체와 민주노총이 청년실업에 공동 대응할 것을 발표한 일은 주목할 만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세대 간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장 폴 사르트르는 “자신과 관계된 일에 관심을 갖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무관한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사람이 지식인이라 정의내린 바 있다.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사회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 불안정 고용의 ‘전면화’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고통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돼야 할 때가 있다면 그건 바로 지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