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본주의의 역사>는 20세기 한국경제의 역사적 흐름을 통해 현재의 문제와 원인, 그 극복방법을 성찰한 책이다. 이 책은 20세기 한국경제사를 이해하기 위해 해명돼야 할 세 가지 근본적인 물음에 답했다.

첫 번째는 식민화의 경제사적 원인이다. 책은 조선사회 안에서 성장하던 토착자본이 경제적․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으로부터 문호개방을 강요당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문호개방을 한 후에도 조선왕조는 근대적 상공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부르주아 계급에 의한 시민혁명도, 국가가 앞장서서 실시하려 했던 식산흥업정책도 성공하지 못했음을 살폈다.

두 번째는 일제시기 경제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책은 식민지 경제의 양적 성장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한다. 그러나 책이 중시한 점은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형성된 식민지 자본주의가 한국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다. 민족차별에 근거한 식민지 자본주의의 구조적 형성과 그 결과 나타난 식민지 자본축적의 민족적 불평등성을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식민지 경제를 통해 생산물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그것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결과적으로 한국사회가 갖고 있던 지하자원이나 인력을 비롯한 각종 자산과 자원이 비생산적으로 고갈되거나 유출되었음을 지적한다.

세 번째는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책은 1960년대 경제성장의 배경이 일제지배의 유산이라든가, 폭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독재자 개인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되고 왜곡된 관점이라고 평가한다. 오히려 경제성장은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자기역량을 발휘해온 민주화운동과 그 과정에서 발전한 국민들의 주체성 실현 욕구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역사의 산물임이 강조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자본축적의 규모가 커지고 국민경제가 성장 발전하는 것은 민주화가 확대되고 인간의 의식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력이 발달하면서 성취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즉,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함께 가는 관계이지 대립적인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한국자본주의와 역사>는 식민지 자본주의의 민족불평등성, 해방 후 경제성장의 비민주성을 한국자본주의 역사적 특징으로 보았다. 또한 경제성장 자체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금융위기다. 투기적 투자를 일삼던 미국 내 금융자본은 파산했고,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경제 불평등을 남겼다. 시장의 자유가 풍요로운 삶을 약속한다는 믿음도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의 대안은 경제 불평등을 최소화하면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나올 것이다. 대안 모색을 위해 한국자본주의의 역사과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의 성과와 문제점은 바로 그 역사과정에서 기원하고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비록 10년 전에 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한국자본주의와 역사>는 지금 다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

문영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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