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과학 중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심리학이다. 이는 학생들이 심리테스트를 즐겨하는 모습이나 본교 인문학부의 전공 선택 시 타과보다 심리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높은 비율을 봐도 알 수 있다. 과연 심리학이란 존재하는지, 또한 사람은 외부의 변화에 반응의 공식을 갖고 행동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에 입문한지 30년이 넘었다. 많은 환자를 보았고 나 자신의 분석도 런던과 샌디에고에서 3백여 시간을 받았다. 인간의 마음, 그 중에서도 비의식의 세계는 깊고 신비롭다. 그리고 비의식을 탐구하는 정신분석학은 인류의 큰 재산이

30대의 여선생님이 계셨다.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지독했다. 자아는 쇠약해 졌고 잠 못 자고 안절부절하는 불안 신경증이 왔다.  입원실에서 꾼 그녀의 꿈이 흥미로웠다.  더운 날이었다.  싸립문으로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늙고 털이 빠진 흉칙스런 개 였다.  작대기를 들고  쫓아다니면서 그 개를 두들겨 패줬다.  개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개가 싸립문을 나서면서 그녀를 휙 돌아 보았다.  놀랍게도 개의 얼굴이 시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을 깼다. 가슴이 몹시 뛰고 불안이 엄습했다.

이 꿈을 해석하면 이렇다. 미워서 패주고 싶은 시어머니, 그러나 여 선생님의 도덕심은 이런  욕구를 자책한다.  비의식(무의식)에 눌린 이 욕구가 꿈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건강했었다면 꿈속의 개는 그냥 개의 모양을 유지하고 싸립 문을 나갔을 것이고 그녀는 잠을 계속 잘 수 있었을 것이다.

꿈 해석은 프로이트의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 받는다. 그는 꿈을 인간의 정신생활의 연장으로 봤고 꿈을 해석해 정신생활의 숨겨진 내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꿈은 꿈꾼자의 비의식에 대한 정보를 준다.

우리의 마음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비의식이다. 정신분석은 비의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비의식에 숨은 병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예컨대 40대의 부인이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 왔다. 뇌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 마음의 고통이 두통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위 신경성 두통이었다. 부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실은 부인이 낳은 딸이 아니었다. 부인은 아이를 낳지 못했다. 어느 날 남편이 갓난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보아서 낳은 딸이었다. 부인은 이 아이를 정성껏 키웠다. 그러나 아이를 볼 때 마다 아이의 엄마가 생각났다. 남편과 몸을 섞은 여인에 대한 질투심으로 괴로웠다. 아이 목욕을 시키다가 문득 아이의 목을 조르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놀랬고 무서워서 혼자서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었다. 친척을 불러서 같이 아이를 키웠다. 자다가도 갑자기 아이가 죽은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이 방으로 달려가서 아이를 깨워서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곤 했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는 아이가 차에 치어 피투성이가 된 상상이 떠올라 유치원에 달려가기도 했다. 자나 깨나 아이 걱정에 초조하다. 그리고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렸다. 자기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끔찍하게 사랑하고 정성스럽게 키워주는 부인을 남편은 “내 아내는 천사입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부인의 비의식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아이가 미운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죽는 상상이 떠올랐다.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내가 이러나’ 때때로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 엄마에 대한 증오심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이런 증오심은 비의식에 억압됐다. 비의식에 숨어있는 증오심과 죄책감이 두통의 원인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 후 부인은 많이 울었고 두통도 호전됐다. 이처럼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가 모르는 마음이 있다. 이것이 비의식이고 비의식의 이해가 치료의 길이기도 하다.

나에게 정신분석 강의를 듣던 남학생이 어느날 내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학생은 너무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성격이었다. 특히 대인공포증이 심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못난이라고 놀릴 것 같은 생각이 늘 따라 다녔다. 자기는 타고난 성격이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고 팔자가 그렇다고 채념했다. 그래도 살기가 힘들었다. 특히 여자 친구 앞에서 위축되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었다. 여자 친구는 그를 사랑했다. 그도 여자 친구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접근해 오면 그는 두려움을 느끼고 달아났다. 미안하고 후회스럽고 비참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신분석 강의를 듣는 중에 문득 유년기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7-8세 때 엄마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셨다. 엄마 친구 한 분이 그를 보고 놀렸다. “너는 왜 그렇게 도 못 생겼니” 다른 분들도 깔깔대고 웃으며 어린 그를 못난이라고 놀렸다. 그는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엄마를 보았다. 그런데 엄마도 친구들과 같이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실망스럽고 화도 났지만 도망 나와 버렸다.

강의를 들으며 회고해 보니 못난이 자화상은 그때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못난이, 사람들은 나를 놀릴거야. 창피당하기 전에 조심해야지’ 그렇게 초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던 것이다. 못난이 자화상은 치료되지 못한 채 비의식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정신분석 강의 시간에 비의식에 숨어 있던 기억이 회상 됐고 그는 자신의 심리적 현실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는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여자 친구를 대하기가 아주 편해졌다. 자기 감정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여자 친구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그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에 입문한지 30년이 넘었다. 많은 환자를 보았고 나 자신의 분석도 런던과 샌디에고에서 3백여 시간을 받았다. 인간의 마음, 그 중에서도 비의식의 세계는 깊고 신비롭다. 그리고 비의식을 탐구하는 정신분석학은 인류의 큰 재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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