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대학 폐지, 입학 정원 등 불협화음을 내며 등장한 로스쿨이 개강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본지는 지난 1일(수)부터 3일(금)까지 사흘간 본교 로스쿨 소속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로스쿨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설문은 정원 120명 중 60명이 답변했고, 교수설문은 소속 교수 62명 중 21명이 응답했다.

 

본지 설문 결과, 교수들은 현행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도입 취지 4가지의 적합성을 물은 결과, 부정적 응답이 △법조계의 배타적 독점 극복(75%) △변호사 수 증가(66.7%) △국가인력 낭비 방지(65%) △전문 변호사 육성(55%)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정적 응답이 가장 높았던 ‘배타적 독점 극복’에 대해 한 교수는 “일류대학출신의 로스쿨 점령으로 법조계가 더 폐쇄적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답했으며, 또 다른 교수는 “빈부의 고착화에 따른 법조의 부자화, 계급화 위험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전문 변호사 양성에 로스쿨 3년 기간이 적당하냐는 질문에선 70%의 학생들이 ‘적당하다’고 답했으나 ‘비법학 출신자에겐 부족한 기간’이라고 평가한 학생(21.7%)과 교수(23.8%)도 상당수에 달했다. 법학 전공자의 경우 이미 △헌법 △민법 △형법 등 기본적인 법지식을 학습한 상태지만 비법학 전공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소위 Legal Mind는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며 “단순한 법적용의 기술자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수업 이해도 면에서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 격차를 실감하는지’ 묻는 문항에서 전공자간의 의견 차가 드러냈다. 법대 출신자의 경우 52.9%가 ‘격차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비법대 출신 응답자 68%는 ‘격차를 느낀다’고 답해 비법대 출신자가 느끼는 체감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를 느끼고 있는 비법대 출신자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대안은 '스터디'가 31.6%로 가장 높았으며, 학교에서 제공하는 튜터링을 선택한 학생이 29%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외부 도움 없이 혼자서 극복하고 있다'는 이들도 21%로 나타났다.

현재 본교는 비법대 출신자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필수 전공과목에 한해 분반수업을 개설·운영 하고 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며 원한다면 법학 전공자도 비법학 전공자 반에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안법영(법과대 법학과)교수는 “미수자와 기수자의 격차 발생은 전국의 로스쿨이 갖고 있는 문제”라며 “3년 동안 실무과정까지 공부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보니 여유 있게 한 단계씩 가르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설문 결과 본교 로스쿨의 강의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6%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11.9%에 그쳤다.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 중 40%가 ‘교수진이 뛰어나서’를 이유로 꼽았으며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어서(20%)’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준 있는 수업이 이뤄진다’, ‘내용에 대한 교수님의 피드백이 빠르다’ 등의 평가도 나왔다. 김민규(대학원·법학09)씨는 “학교 시설도 좋고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열의를 다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수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법대 출신자들은 본교 로스쿨과 법학부의 강의 수준에 차별성이 있다(45.5%)고 답했으며, ‘차별성이 없다’고 답한 이는 18.2%에 불과했다. 로스쿨이 기존 법학부에 비해 갖는 장점으로는 △다양한 전공이 조화되면서 시너지 효과 발생(42.2%) △실무교육 포함돼 효과적 학습 가능(26.3%) △소수정예로 구성원 간의 소통 활발(18.4%) 등을 꼽았다.

수업의 전반적 난이도를 묻는 질문에 절반(50%)의 학생들이 ‘난이도가 높다’고 답했으며 ‘낮다’고 답한 사람은 10.3%에 불과했다. 난이도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 답한 교수 16명 중 5명도 현재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난이도가 높은 이유로는 ‘양을 질로 축소하는 과정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학부보다 높은 수준의 강의가 타당하다’ 등이 대답으로 나왔다.

또한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의 균형에 대해선 바람직한 이론교육 대 실무교육의 비를 60:40으로 선택한 학생이 32.2%로 가장 많았으며, 여기다 이론에 70% 이상의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모두 합하면 66.1%에 달했다. 교수 설문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론과 실무를 각각 70:30으로 해야 한다는 교수가 33.3%로 가장 많았으며 60:40이 27.8%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이론비중을 높게 둔 학생들도 ‘현재 실무교육이 잘 안 되고 있다’ 또는 ‘실무교육이 중요하다’고 답해, 절대량은 이론 교육이 더 많더라도 반드시 실무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본교 로스쿨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 사이에선 절대평가(6명) 및 P/F 평가 도입(2명) 등 평가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방학을 효율적으로 보낼 프로그램’, ‘미국 로스쿨과의 연계’ 등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도입 의견도 있었다. 반면 교수들은 △장학금 등 재정 확충 △독립된 건물 필요 △구성원 간 협력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설문에 응한 한 교수는 “종래의 ‘선발 후 양성’에서 ‘양성 후 선발’로 패러다임이 바뀐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법조인상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학생, 교수는 물론 학교 당국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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