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나도 상처야 있지만 따귀 맞은 정도까지는 아니지’. 그러면서 설렁설렁 책장을 넘겼다. 실은 그 생각은 저항이라는 심리학적인 현상이었다. 단지 게슈탈트 심리치료자로서 읽어 봐야 할 책으로 치부할 뿐 과거의 내 상처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자신이 심리치료자이지만 그럴 때도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인 내가 그럴진대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매우 용감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 지은이의 용어대로 ‘마음상함’이 있음을 깨닫고 이제까지의 고통과 분노, 수치감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상태를 갖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이런 결심만으로도 그들은 고통의 강을 반은 건넌 셈이다. 끌리는 곳부터 먼저 읽어나가기 바란다. 지은이가 주제로 삼은 ‘마음상함’이 워낙 광범위한 현상이라서 현재 자신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부분도 있을 테니 말이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이론을 설명한 부분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냥 넘겨도 좋다. 책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는 것, 그래서 자신의 상처가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내사라는 무기가 발달했고, 이에 따른 내 마음의 작용이 투사라는 현상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바란다. 객관적이라고 생각했던 비난이나 무시, 거절이 사실은 이런 과거의 상처 주변부를 건드렸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바란다. 그러면 그 동안 헤맸던 미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온전한 자기와 접촉하는 편안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슈탈트 이론은 심리치료의 역사에서 조망하면 인본주의적이고 현상학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한다. 인간의 변화가 자신의 존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 것이다. 때문에 변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알아차림’을 중시하고 자기 자신과 타인과 삶과의 접촉을 중시한다. 온전한 자기와의 접촉에도 굳이 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이 책이 책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접촉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 자기 자신의 존재로부터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알아차림의 희열은 직접적인 삶과 경험의 몫으로 독자에겐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자인 배르밸 바르데츠키(Barbel Wardetzki)가 지은 이 책은 마음상함이라는 현상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상함의 문제를 사회적인 영역까지 확장해 독일인다운 치밀함과 꼼꼼함으로 그 현상을 분석·설명한다. 마음상함을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지금 ‘재수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가벼운 투정이든 슬쩍 지나가는 한숨이든, 그들 모두는 분명 마음이 상한 것일 테니까.

김한규 한국심리상담센터·대학내일 상담코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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