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 5000명이 줄어들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수는 95만 명을 넘어 100만 명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에 이른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현재 정부는 단기적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청년 취업 프로그램’을 계획․실시 중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한 번에 얻기가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실력을 키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 △지자체 △산하기관 등에서 정원 1% 내외를 만 29세 이상 대졸 미취업자로 선발하는 ‘행정인턴제’가 대표적이다. 해외취업 5만 명과 해외인턴 3만 명, 해외 봉사활동 2만 명 파견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청년리더’,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이 미국에 최대 18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어학연수 5개월 △전문분야 인턴 12개월 △여행 1개월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미대학생 연수취업(WEST)’ 등 국외로 눈을 돌린 정책도 보인다. 이 외에 중․고교 중퇴자나 사회 부적응자 등 취약 청년을 1년간 집중관리하고 개별상담을 통해 직업훈련 및 직장체험, 취업알선을 제공하는 ‘뉴스타트 프로젝트’와 청년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보증상대처를 운용하는 ‘창업기업 보증지원’ 프로그램도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해결책에 대한 본교생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29일(수)과 30일(목) 양일간 본교생 2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 청년 취업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12.6%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구조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5.7%로 가장 높았으며, '인턴이 아닌 정규직 일자리의 확대 방안이 없기 때문'(37.1%)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박종훈(경영대 경영03)씨는 “정부 정책이 단기적인 대책이며 오히려 비정규직만을 양산하는 것 같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며 장기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올해 초 정부와 재계가 일자리 나누기 방안으로 내놓은 ‘임금삭감을 통한 고용증대’도 실효성이 없다는 응답이 56.2%로 주를 이뤘다. 초임삭감은 신입사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에 고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공기업에 입사한 대졸 초임자들이 대상이었으나 주요 대기업 등 민간기업에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필수(문과대 불문04)씨는 “지금 당장 실업률이 높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서 임금을 줄여 고용을 늘린다면 나중에 인원삭감이 불가피할 때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대책 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본교생들이 실제로 취업을 계획․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다양한 외부활동 경험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22.4%) △외국어 능력(각종 자격시험 점수 등)이 부족한 것(21.6%)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21.2%) △해외연수, 학원 등 취업준비 비용(19.7%) △취업에 유리한 학부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 것(11.6%) 등의 응답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겪는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교수는 이보다는 청년인력을 선발하려는 수요가 지나치게 적은 사회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 일자리를 외주화나 비정규직 대체 등으로 줄이다보니 매년 배출되는 50~6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가 현저히 부족한 것”이라며 “청년실업을 스펙 쌓기 등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생이 정부에 바라는 청년실업 대책은 어떤 것일까. 주관식 조사 결과 단기적인 임시직이 아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전공에 맞는 직장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 ‘취직 때문에 대학 학과를 선택하지 않도록 어느 분야든 안정적인 취직을 보장해 달라’ 등 전공에 관한 답도 상당수였다. 문과대의 한 학생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취직 방안이 거의 없어 취직을 위해 CPA(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상경계를 우대하다보니 나 같은 인문학 전공자는 상경계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하지 않으면 취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달라 △저학년부터 취업 교육을 실시하라 △질적으로 다양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 △한 계층을 살리기 위해 다른 계층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공생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이병훈 교수는 “정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청년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친화적인 성장'을 목표로 경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혁해야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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