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가치가 지배했던 우리나라는 효도의 한 방법으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곱았고, 현대사회에선 부와 명예를 인생의 성공과 결부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2007년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한국인의 성공 모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대체로 경제적 부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본교생이 추구하는 성공이란 어떤 것일까? 본지는 지난달 29일(수)부터 30일(목)까지 이틀간 본교생 267명을 대상으로 성공 가치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각자 성공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있는지 물었다. ‘개인적’ 성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자아실현’이라고 답한 학생이 41.4%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풍요(26.3%), 사랑(12.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사회적’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엔 절반에 가까운(45.5%) 이들이 ‘경제적 풍요’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자아실현(17.4%)과 명예(16.7%)가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과)교수는 “인생에서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지만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돈에 의해 이뤄진다고 인식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돈에 의해 결정되는 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 성공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학생도 64.3%에 달했다. 응답자의 73.1%가 직업과 성공의 상관성이 ‘높다’고 답한 것을 고려하면, 많은 학생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취업난으로 사회적 성공이 어려워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53.6%의 학생들이 ‘후천적 노력’을 꼽았으나 ‘집안배경(17.0%)’ 또는 ‘선천적 능력(13.2%)’이란 선택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박현승(경영대 경영07)씨는 “인턴 경험을 해 보니 스스로 능력이 있어 성공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자본 환경이 돼야 성공하는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더 많았다”며 ‘집안배경’을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개인적인 성공의 기준과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 중에서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엔 ‘개인적인 성공의 기준’이라는 응답이 47.2%였다. 반면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13.5%)’이라 응답한 비율은 낮았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법>의 저자 이진우 한국무역경제연구소장은 “진정한 성공은 타인에 의해 설정된 객관적 기준으로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과 행복을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반해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는 ‘강한 편(55.4%)’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성공이란 ‘자아실현’이며 사회적인 성공보다 이를 더 중시한다는 응답이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에 대해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교수는 “욕구 층위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있다”며 “경제적 욕구는 저변에 깔려있고 자아실현 욕구는 상층에 위치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이루고픈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해석했다.

또한 성공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본교생들은 응답자의 58.1%가 ‘원칙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답했고, ‘손해보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17.2%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71.5%의 학생들은 ‘성공을 위해 인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현재 인맥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65.5%에 달했다.

그렇다면 본교생이 꼽은 ‘성공한 인물’은 누구일까. 설문 결과, 국내 부문에선 △김연아(6%) △반기문(5.6%) △이명박(5.2%) △이건희(4.5%)가, 국외에선 △빌게이츠(12.7%) △버락 오바마(8.6%) 등이 성공 모델로 꼽혔다. 이들은 대개 기업의 CEO나 대통령 등 높은 지위에 있으며, 상당 수준의 부와 명예를 가진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성공한 인물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도 21%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꿈을 설정하는 데 현실화된 모습을 보인다”며 “성공한 인물이 없다고 말한 학생들 대부분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성공 모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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