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에 진정으로 세상과 만나고 자기 자신과 해후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에르네스토 게바라야말로 그러한 삶을 산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스물 세 살의 청년 에르네스토가 전 세계가 기억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던 두 젊은이의 무모하고도 낭만적인 남미 여행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낯섦과 마주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여행의 과정에서 만나게 될 모든 불편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이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해가는 에르네스토를 지켜보면서, 여행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자신의 영혼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은, 가만히 앉아서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벗어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여행 중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그동안 자신을 규정해왔던 모든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여행 중에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오로지 그 자신만의 것이 되며, 그 때에 비로소 세상과, 그리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며 주저하는 알베르토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내딛었던 에르네스토처럼,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는 떠남은 분명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 온 여행자이며 인생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라는 류시화 시인의 말대로, 어쩌면 내가 진짜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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