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권력도 결국은 지나가고, 그 뒷덜미는 언제나 취약하다.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대통령이 대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많은 국민들은 착잡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마라톤 중계를 하듯 구간별로 나누어 노 전대통령의 상경과정을 전하는 TV뉴스를 배경으로 인터뷰 요청을 회피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퇴임후 1년여가 지난 지금 노 전대통령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면서 폐족(廢族)이라는 거의 봉건시대에나 쓰임직한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기세등등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부정부패나 독직 등과 연루되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상징되었던 ‘진보’나 ‘청렴’ ‘도덕성’의 단어들은 스스로도 거두어 주기를 요구하는 처지이다.

무엇보다도 노 전대통령의 현 처지는 지난 시대에 대한 징계보다는 현재를 향한 경종의 울림이 더 크게 들린다. 대통령이 누리는 권한과 져야할 책임, 그리고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들.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활철학이나 정치적 신념과 별개로 인간적인 관계에 기반한 선택들은 결국 치욕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것은 현재의 권력에 정점에 선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인사들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참여정부의 뒷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 정부를 둘러싼 정치적 찬반을 떠나서 부정부패나 인사비리가 관련된 구설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두렵게도 고려대학교도 이러한 웅성거림에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없는 지경이다. 권력은 언제가는 지나간다. 그리고 그 흔적을 누군가는 헤집어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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