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조합한 최초의 망원경을 만들어 이듬해 △목성 △금성 △달 관측에 성공했다. 망원경의 등장 이후 천문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제천문연맹과 유네스코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천체망원경 400주년을 맞이한 올해를 ‘세계 천문의 해’로 지정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한 이후 천체망원경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1611년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접안렌즈의 종류를 오목렌즈에서 볼록렌즈로 바꿔 더 넓고 밝은 상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이후 △렌즈 대신 반사경을 이용하여 상을 맺는 반사망원경 △천체에서 오는 전파를 모아 관측하는 전파망원경 △우주에 설치되는 우주망원경 등이 차례로 개발됐다. 19, 20세기엔 기술의 발달로 보다 정밀하고 거대한 망원경 제작이 가능해져 천문대에서 사용하는 대형 망원경 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국내의 망원경 현황은 이미 세계적 수준인 천문과학 기술에 비해선 저조한 상태다. 연구용 망원경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978년 국내 최초의 망원경으로 구경 0.6m짜리 소백산 망원경이 설치됐으며 1996년엔 보현산 망원경(구경 1.8m)이, 2001년엔 레몬산 망원경(구경 1.0m)과 탐사망원경(구경 0.5m)이 설치됐다. 따라서 현재까지 국내 최대 망원경은 보현산에 위치한 1.8m짜리 중형 망원경이 전부다. 미국과 스페인이 각각 지름 10m가 넘는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망원경의 발달이 천문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기 시작, 지난 2007년부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orean VLBI Network, 이하 KVN) 구축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해 국회에서 ‘세계 천문의 해 지지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턴 ‘대형광학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이하 GMT) 개발’에도 참여하게 됐다. 해당 사업은 모두 한국천문연구원(원장=박석재, 이하 천문연)에서 맡아 진행한다.

KVN 사업은 △서울 △울산 △제주에 각각 지름 21m짜리 전파망원경을 한 대씩 설치하고 각 망원경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KVN은 VLBI 형태로 구축되는데, 이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전파망원경들이 수신한 전파신호를 한 곳에 모아 천체의 위치 및 화상을 얻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만한 지름의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즉, KVN은 서울(연세대)과 제주(탐라대)의 거리와 같은 지름 500km짜리 망원경 효과를 보는 것이다.

 

KVN은 또한 세계 최초로 설치되는 밀리너리파 대역 전용 VBLI 관측망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의 기존 VBLI는 낮은 주파수 대역(센티미터 대역)에서 관측하지만, KVN은 높은 주파수 대역(밀리너리파 대역)에서 관측할 수 있다. 높은 주파수로 관측할 경우 파장이 달라지므로 새로운 대상의 관측이 가능하며, 천체 안쪽까지도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VBLI가 각 망원경의 테이프에 데이터를 기록·저장 후 운송하는 시스템이었던 반면, KVN은 각 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전송을 시도하고 있다.

KVN은 현재 설치 및 관측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완공되면 그간 국내에 전무했던 VLBI 관련 천문·측지 및 지구물리 분야의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함과 동시에, 첨단기술 도입에 따라 국내 통신이나 IT산업 및 국방기술로의 응용연구 기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문연 KVN사업부 김기태 박사는 “KVN은 일본과 중국의 VBLI와 연계해 운용될 예정”이라며 “이렇게 형성된 동아시아 연계망은 유럽과 미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역량을 갖출 것”이라 전망했다.

GMT 개발사업은 지난 2004년 △멕시코 △미국 △영국의 대학들이 협력해 6.5m 망원경 2대를 멕시코에 설치하자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천문연의 주도로 대형광학망원경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던 우리나라는 미국 카네기 천문대로부터 GMT 프로젝트 참가 권유를 받았다. 이에 계획을 수정, 지난해 GMT 사업의 10% 분담금 7400만 달러와 국내 연구개발비 169억원 지원이 확정돼 올해부터 GMT 개발사업에 정식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 오는 2018년 완공될 예정인 GMT 개발사업은 현재 7개 주반사경 중 첫 번째 반사경을 제작 중이다. GMT는 8.4m 크기의 주반사경 7개를 하나의 구조에 올려 25.4m의 직경을 갖는 망원경으로, 카네기 천문대 소속의 칠레 Las Campanas 관측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GMT를 이용하면 130억 광년 밖에 있는 우주를 관측할 수 있어 우주 생성 역사 및 초기 모습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망원경이 완공되면 천문연은 투자한 지분 에 비례해 1년에 한 달 동안 GMT를 사용하게 된다. 사용기간 동안 천문연뿐 아니라 국내 천문학계도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천문연 광학천문연구부 대형망원경사업 그룹장 김영수 박사는 “국내 학계 내에서 대형망원경의 필요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세계 최대급 망원경 사업에 참여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기쁘다”며 “초대형 규모와 동시에 고정밀도를 요구하는 GMT를 통해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완공 후엔 새로운 관측들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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