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614호는 고려대학교의 개교 104주년을 맞아 특집호로 구성되었다. ‘미래를 응시하는 그대’라는 문구와 함께 1면 지면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백호 사진은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고대신문이 이기수 총장의 축사와 더불어 여러 관계자들의 인터뷰, 고려대학교의 역사에 대한 개괄적 소개 등을 실으면서 특집호로써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엿보인다. 그러나 4.18 특집호였던 지난 1613호와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기획이었다.

개교 104주년 특집호를 위해 구성된 기사들을 살펴보면 절대 다수가 인터뷰 기사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은 모두 총장, 교수, 총학생회장, 졸업한 선배 교우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목소리가 지면에 가득히 실렸고, 그 목소리들은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고대신문’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고대신문에서 발행한 특집호에 고대신문의 목소리가 실종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도 아이러니하다.

독자들은 언론에 단순한 전달자 이상의 역할과 책임을 요구한다. 신문은 미니홈피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스크랩’해오는 기사들로 지면을 가득 채운다고 해서 신문이 다채로워졌다고, 풍성해졌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야한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퍼 나르는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들에 대한 해설 혹은 화두가 된 이슈에 대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언론이라는 주체로써 내야만 한다.

고대신문은 당당하게 1614호를 개교 104주년 특집호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개교 104주년을 맞이한 지금 이 시점에서, 고대신문은 어떤 생각을 하였고 학우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려줄 수 있는 고대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곽우신(언론학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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