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고려대 모임’의 △비전 △현황 △앞으로의 계획은
경제 위기 상황엔 서민들이 가장 큰 고민을 겪는다. 노동자는 직장에서 쫓겨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러한 다수의 운명을 소수가 좌우한다. 몇 사람의 경영진이 수많은 노동자의 해고를 결정한다. 결정의 동기는 이윤이다. 구조조정으로 한쪽에선 수백, 수천 명의 생계가 막막해지지만, 다른 한쪽에선 주가가 올라 환호를 외치는 일이 다반사다. 또 시장은 비효율적이다. 각자가 자신의 이윤을 좇아 제멋대로 생산을 하다 보니 물건은 남는데 살 사람은 없는 시점이 온다. 굶어죽는 이들은 넘쳐나는데 안 팔려서 남는 물건도 넘쳐난다.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이 시장에 편입되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경제도 정글의 법치가 아닌 다수의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다함께 고려대 모임은 중요한 학내외 사안마다 입장을 내고 행동이 있으면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당국이 천신일 교우회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침묵시위를 막은 것에 대한 항의 운동에 함께 하며, 이 운동의 방향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앞으로 정기 간행물을 내는데도 노력할 계획이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의 연대 및 동원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 일부는 대외적 사안보다 학내 복지에 힘쓸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방법론이 다소 과격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학내사회와의 괴리를 극복하고 공감을 얻기 위한 방안은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운동을 함께 한다. 작년 3월 28일엔 1만 명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외치며 시청 광장으로 나왔다. 집회 전날 체포조가 동원된다고 떠들썩했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6월 10일 본교에서도 1천여 명이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 게다가 지금은 모두들 그 어느 때보다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경찰의 탄압이 심해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학내 복지와 방법론에 관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와 같은 정치단체보다는 학생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학생회라면 당연히 학내 사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그 역할이니 말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권리는 종종 전체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곤 한다. 예를 들어 등록금 문제는 학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며, 청년 실업은 대학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격한 방법론은 주로 대중 행동을 두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사가 그러하듯이, 언제나 자신의 이해관계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오늘날 다수가 누리는 권리는 모두 대중 스스로가 나서 요구하고 행동한 결과다. 학교 당국은 재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학생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에 맞서 학생들의 이해를 방어하려면 많은 이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물론 행동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학생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이 빠져선 안 된다.

학생운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나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니 고통을 분담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거나 부자들의 부담을 더는 것뿐이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서민들이 경제위기의 고통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현실은 도덕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고,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이는 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고통을 지우는 정책에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업과 부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는 이런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 집회와 시위를 불허하고 있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대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우리의 앞날은 점점 불확실해져 간다. 그동안 집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소환장이 날아왔다. 학생운동은 이러한 고통 전가와 민주주의 후퇴에 반대하는 행동에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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