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오월이 화사하다. 봄날을 희롱하는 젊은 청춘들이 마냥 부럽다. 정갈한 옷차림으로 졸업추억을 촬영하는 남녀의 모습이 싱그럽다. 그들 모두 봄 학기의 결산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五月농부 八月신선은, 그렇지만 충분히 예비한 자에게만 환급되는 사필귀정의 보상이다. 이 주간도 가버리면 이제 봄의 여왕도 지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운무타고 사라진다. 강의도 마무리 되어가고, 연구발표, 보고서, 쫑파티, 그리고 기말시험, 그러면 09년의 봄 학기도 추억의 뇌리로 퇴장한다.

70년대의 안암골, 그때의 봄도 붉은 꽃들이 흐드러졌었다. 고통스럽던 그 시절 그때 내 학점은 더블에이비원씨로 평준화 되었다. 떠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던 독재의 그 시절 도피처로 황망히 찾았던 코쟁이 땅, 그곳 캠퍼스의 봄도 아름다웠다. 낯선 이국땅, 망연했던 내 80년대의 원생족보는 투에이원비로 족하였다. 꼬부랑 씨부랑 말장애를 고려하면 얼마나 감지덕지한 결과였던가. 이후 내 삶의 장소가 달라지면서 위상은 변화되었다. 학업의 고단함을 체험했기에 평가하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기쁜 소식 전하려고 노력한다. 생각하니 학업에 대한 상대평가보다는 절대기준에 따른 성적부여가 내게는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학점부여의 대세는 상대적 등급평가이다. 대학수업의 학점은 과목 성격과 교수의 스타일에 따라 그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그런고로 성적평가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상대평가의 등급을 권장하는 것은 순전히 학적관리의 편의성 때문이리라. 내가 선호하는 학점부여는 수업참여, 강의시현, 시험보기의 세 범주를 준용한 평가이다. 참여범주는 출석과 태도를 관찰하여 반영한다. 강의시현은 주제토론의 말하기로 팀별학습준비와 주제발표다. 중간 및 기말의 시험보기는 학습내용의 개념 및 개념간의 관계성에 대한 글쓰기 역량의 테스트이다. 세 범주의 배점비율은 학생들과 협의하여 다수의견을 존중하여 결정한다.  

수업참여의 평가는 개인건강과 관심의 결과적 산물로 큰 쟁점이 없다. 팀 과제로 부여된 주제탐구의 강의시현은 거트만 척도로 구성된 열개의 지표항목에 대한 동료학생들의 평점으로 점수화 된다. 결과로 나타나는 팀별간의 점수편차는 학점등급에 큰 영향을 준다. 탐구주제의 말하기는 한마디로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은 주제착상, 내용의 배열과 표현, 암기, 그리고 발표의 수순으로 엮어진다. 셋째 영역은 시험이다. 시험은 중간, 기말, 퀴즈 등 다양한 형식이지만 한마디로 글쓰기 평가이다. 수리적 해답을 구하는 형식을 예외로 하면, 글쓰기는 주제 관련 개념들 간의 논리관계성에 대한 추론적 진술의 정리이다. 말하기와 같이 글쓰기 또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쓰기가 말하기와 다른 것은 언술이 아닌 글의 구성적 기예라는 점이다. 글쓰기의 難題는 주제선정인데 다행히 시험에선 주제가 주어진다. 그러므로 시험은 주어진 주제를 논리화하고, 활용 가능한 자료를 동원하여 풀이하고, 그리고 과감히 이성 합리적으로 맺음하면 된다. 한 가지 유의점은 성의 있는 필체로 제목을 붙여가며 내용을 배열하고 논증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一筆揮之의 내갈기는 답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글쓰기에 大家는 難望이다. 

때 이른 고온, 봄의 심술에 심신이 피곤한가 보다. 이런 봄철에는 유난히도 꽃가루 냉기 알레르기가 기승이다. 학기가 마무리되면 어디 좋은데 가서 면역력이나 키우고 싶다. 축제의 五月을 보낸 다음, 六月에 모든 학생들이 좋은 학점 갖고 함박 활짝 웃으면 좋겠다.

손장권 문과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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