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이드(no side)'는 럭비경기에서 심판이 경기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용어다. 노사이드엔 경기 중엔 두 편(side)으로 나뉘어 경쟁했더라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 모두 친구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노사이드를 알게 된 것은 2008년 여름 정기전 준비에 한창이던 럭비부를 취재하면서다. 기자의 사명감으로 가득 찼던 내게 노사이드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 정신의 표상으로 다가왔다.

그 후 직접 맞닥뜨린 세상은 ‘사이드’로 가득했다. 나는 그 가운데서 ‘절대적인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갑의 말을 들으면 갑이, 을의 말을 들으면 을이 옳았다. 갑이나 을이 믿는 사실엔 나름의 논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확신이 강할수록 근거 또한 탄탄했다. 나는 갑의 동조자가 됐다가, 다시 을의 동조자가 되는 ‘변절’을 거듭하며 혼란을 겪었다.

곧 ‘절대적인 사실’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갑과 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사실로 규정하고 있었다. 갑에게 갑의 논리는 확실하지만 을에게 이는 하나의 주장일 뿐이었다. 내 역할은 갑과 을 가운데서 그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었고, 독자들은 기사를 통해 나름의 사실을 발견했다.

총학과 학교 측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양상이다. 입시의혹이나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드러난 총학과 학교 측의 모습은 또 다른 갑과 을이다. 총학도 학교 측도 자신의 입장만 옳다는 생각에 갇혀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총학과 학교 측은 고려대가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주체다. 잠시 다른 편에 서 있으나 원래 한 팀인 것이다. 총학과 학교의 정정당당한 경기와 노사이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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