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병자호란 중에도 굳건히 서 있던 국보 1호 숭례문이 지난해 불에 타 주저앉는 것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말을 잃었다. 문화재 관련 장인 및 전문가들도 안타까움에 애달파했다. 홍창원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은 “목재 부재는 한 번 타버리면 이미 옛것이 아니게 되니 그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숭례문은 화재로 인해 2층짜리 누각이 소실돼 석축만 남은 상태다. 현재 숭례문 복원 설계를 진행 중인 문화재청은 1960년대의 수리보고서와 2006년에 제작된 정밀실측도면을 토대로 일제 때 없어진 좌·우측 성벽도 복원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단청 복원 작업은 오는 2012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숭례문 단청은 자료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어 목재 복원 등의 다른 작업에 비해 복원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복원율은 기준을 어느 시대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숭례문 단청 복원은 지금까지 크게 다섯 번 이뤄졌는데, 1988년 복원 당시를 기준으로 복원할 경우 자료가 충분해 100% 복원이 가능하다. 1973년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엔 90% 정도 복원이 예상되며, △1963년 △1954년 △조선후기 1800년대 말 단청 자료는 흑백 사진만이 남아 있어 복원율이 낮다. 홍창원 단청장은 “이 다섯 시기의 문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자문회를 거쳐 구체적인 복원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목재 부분이 타지 않고 남아 있다면 어느 시대의 단청 문양이든 흔적을 찾아 복원이 가능할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도 전통색을 100% 재현해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 사용되는 화학안료와 전통 석회안료 사이에서 생기는 차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900년도 이후 꾸준히 석회안료 대신 화학안료로 단청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1973년 숭례문 단청복원 당시엔 석회안료를 구할 수가 없어 화학연료를 사용했다. 석회안료는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도 복원작업을 할 정도의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숭례문의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숭례문 단청 복원이 갖는 의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숭례문은 단청의 한 종류인 문루단청으로 이뤄진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사찰단청이 아닌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궁궐단청의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박미례(서경대 한국단청문양연구소)교수는 “숭례문 소실 직전의 문양이 창건 당시 문양이 아니므로 고증을 통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야 한다”며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졸속 복원이 아닌 단청학자들의 학술적 고증과 자문을 통한 철저한 복원 과정이 필수적”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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