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자신을 스스로 지켜요"

김이슬 기자l승인20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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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쓰촨성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 인근 마을에선 약 10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이동했다. 동물들이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보호본능에 따라 몸을 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뿌리를 땅에 박고 있는 식물은 어떻게 외부의 위해요인을 감지하고 극복하려 할까? 소리 없는 식물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식물신호네트워크 연구센터(이하 SigNet)의 소장 백경희(생명대 생명과학부)교수를 만났다.

백경희 교수는 “식물도 생명체”라고 말하며 SigNet의 과제 중 하나인 ‘식물방어신호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했다. “식물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홍수 △가뭄 △냉해 등 외부 환경이 악화되거나 병원균이 침입하는 등 위해요인이 가해지면 이를 극복하려 해요. 외부로부터 위해 신호를 받으면 식물 내부에서 여러 가공을 거쳐 신호를 전달해 유전자들을 작동하게 하죠. 그 유전자들이 만들어낸 단백질이나 다른 제2차 대사산물들을 통해 좋지 않은 환경에 방어를 하려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 틀에서 연구하는 것이 바로 식물방어신호 네트워크예요”

이어서 연구의 학문적, 응용적 가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전자들이 어떻게 얼기설기 얽혀 있는지 기본적인 신호전달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학문적으로 파헤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죠. 또 실용적인 가치는 발달의 측면에선 유전공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꽃의 개화 시기 및 과일의 크기와 당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방어의 측면에선 병충해 및 재해환경에 강하게 만들어 수확량을 늘리고 질 좋은 작물을 개발한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식물신호네트워크 연구센터’라는 이름은 백 교수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우선 연구하는 것 자체가 ‘네트워크’에 대한 것이잖아요. 식물 내에서 유전자의 반응이 회로처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요” 연구자 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점도 센터 이름을 짓는 데 한몫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실험실에 콕 박혀 혼자서 연구하는 것으로들 오해해요. 그런데 과학자들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연구에 대해 반박도 해야 해요. 또 과학자들 간에 정보를 교환해가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해요. 이처럼 과학자들 간에도 네트워크가 중요해요. ‘소통’의 중요성이 간과해선 안 되죠”

SigNet의 연구는 한 실험실에서 한 개의 연구과제를 진행하는 형태가 아니라 여러 실험실에서 한 주제에 대한 세부과제를 설정해 연구하는 집단연구이기 때문에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매달 정기발표회를 개최하고, 매년 단합대회를 연다. “우리 센터에 소속된 교수에서 석사과정 학생에 이르기까지 약 130명 정도가 겨울엔 스키장에 가기도 하고 함께 뮤지컬을 보기도 했어요. 또 매월 열리는 발표회에서 연구를 하며 얻은 노하우나 정보를 교환해 집단 내에서 시너지 효과가 커요”

백 교수는 지금은 식물을 연구하고 있지만 학부와 박사학위는 미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박사 후 연구원(Post-Doc) 때 식물을 연구했어요. 눈에 보이고 응용 가능성이 높으며 분자생물학이 막 적용되기 시작한 분야를 다루고 싶었어요. 미생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잖아요. 또 식물은 더 예쁜 꽃을 볼 수 있다거나 맛있는 과일을 먹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할 때 동물연구보다는 제약도 적고 응용 가능성도 높아요. 그리고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국에 돌아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식물 연구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도 분자생물학이 막 태동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도 뒤처지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사실 동물 피 보는 건 질색이라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엔 자신이 없었어요(웃음)”

연구를 할 때 주로 다루는 식물은 ‘고추’와 ‘애기장대’다. “고추가 우리나라에선 정말 중요한 작물이에요. 고추가 안 들어가는 음식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고추가 분자생물학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아요. 인간의 유전자 배열은 다 밝혀져 있지만 모든 식물의 유전자 배열을 밝히기엔 제약이 많거든요. 애기장대는 분자생물학 측면은 물론이고 식물체가 작아서 공간을 적게 차지할 뿐만 아니라 생장속도가 빨라 쉽게 다룰 수 있어 여러 연구에서 사용해요. 센터에 속한 다른 교수님들 중엔 벼나 담배식물, 식물은 아니지만 이끼류를 다루는 분도 있어요”

요즘엔 실험실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적다고 한다. 본교 학부생이 본교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도 줄었다. “옛날 같지 않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세태를 탓할 수만은 없죠. 얼마 전에 ‘ 대학원생은 연구생 머슴’이라는 신문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대학원생들이 많아야 실험도 잘 이뤄지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식물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식물은 우리의 먹을거리예요. 흔히 자동차나 휴대폰을 팔아 식량을 사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식량자급자족률이 형편없이 낮은 우리나라는 미래에 식량이 무기화되는 시기에도 대비를 해야된다고 봐요. 실제로 우리가 사료로 쓰고 있는 옥수수는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해오는데 미국에서 옥수수값이 폭등하면 우리나라에선 사료값이나 가축값이 바로 뛰어요. 환경문제도 있어요. 지구의 온난화가 심해지는데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2배 이상이에요. 숲을 다 베어버리고 아파트를 짓고……. 땅덩어리는 효용가치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의식적으로 숲을 가꾸어야 해요. 우리 인간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란 걸 잊어선 안돼요”

김이슬 기자  yiseul@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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