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은미 기자)
졸업과 동시에 580명의 경쟁자를 뚫고 2006년 MBC아나운서로 입사한 허일후 아나운서(신문방송학과 00학번). 아나운서라는 타이틀과 달리 그는 몇 년 동안 알고지낸 선배처럼 편안했다. 그가 꿈을 이룬 MBC스튜디오에서 그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려대에 다닌 것이 아니라 고려대 방송국 KUBS에 다녔다고 말하는 허일후 아나운서는 학교 방송국 활동을 하느라 학사경고를 두 번이나 받았다. 그 때문에 학점만 보면 삼성보다 MBC에 들어가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고. “삼성은 서류통과도 못 할 학점이었어요. 2학년 때 군대 가기 전엔 토익 한 번 본적 없었고. 열등생이었죠(웃음)”

그는 원래 대학시절 밴드 보컬로 활동했던 형의 영향으로 밴드에 들어가려 했다. “부모님께서 밴드부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안 주시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죠. 형이 밴드 활동하면서 학점이 엄청 떨어졌었거든요.”

다른 대안을 찾다 그는 학교방송국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PD에 관심이 있어 들어갔던 건데 아나운서부 선배들이 ‘목소리도 괜찮은데 아나운서 지원해보는 게 어때요?’ 라고 하는거에요. 남자 아나운서 지원자가 별로 없다면서. 그래서 어쩌다 아나운서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고 지원하게 됐죠. 동그라미 하나가 제 운명을 바꾼 거예요(웃음)”

그가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군대에서다. 그는 일 년에 두 명 뽑는 아나운서병으로 군에 지원했다. “처음엔 군대 편하게 가려고 아나운서병으로 지원했던 거에요.(웃음) 그러다 제대를 앞두고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이 뭘까’ 생각하게 됐어요. 다행히 저는 남들과 비교했을 때 제가 좋아하는 일에 경쟁력이 있는 편이었죠. 그래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복학 이후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아나운서가 되셨어요?’라고 사람들이 물으면,  전 ‘시험 보러 온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하고 싶어서 됐어요’라고 답해요. 물론 580명 중에 2등을 해도 떨어지는 거니까 안 될 확률이 훨씬 높죠. 근데 1등과 2등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상식, 외모, 실력? 거의 똑같아요. 그래도 결국 되는 사람은 있잖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하는 건 ‘그 사람이 얼마나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느냐’인 것 같아요”

물론 하고 싶다는 마음 뒤에는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 9킬로가 빠졌고 면접 답변만 만 개를 준비했어요” 매우 놀라는 기자의 표정에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하면 되는 건데 해보지 않고 다들 놀라기만 해요. 눈은 손보다 게으르단 말이 있어요. 두꺼운 전공서적을 눈으로만 보면 많아 보이지만 막상 손으로 넘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금방 읽지 않나요? 시험 준비도 마찬가지에요. 먼저 500개를 준비하고, 내가 이 대답을 했을 때 질문자가 뭐라고 반문할지 생각하며 4개씩을 짜요. 그럼 어느새 2000개가 되죠. 그리고 그것들을 5번씩 고치면 그게 만 개에요. 아나운서 시험 여러 번 봤으면 500개 정도는 다들 준비해요. 만 개도 하면 금방이에요(웃음)”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해 묻자 그는 대뜸 쌀 직불금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선뜻 답변이 나오지 않자 그는 사회 전반적인 흐름에 늘 관심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방송국 후배들에게 쌀 직불금에 대해 물었더니 애들이 두루뭉실하게 대답은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요즘 학생들은 영어공부, 학과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정작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대학 다닐 땐 사회과학관련 소모임이 아니더라도 모여서 술만 마셨다하면 사회문제에 관해 토론을 했는데. 언론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면 특히나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언론사는 학점 좋은 사람을 뽑는 게 아니거든요”

그는 언론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항상 애쓰는 ‘노력파’다. 방송사상 최초로 입사 2년차에 베이징올림픽 메인캐스터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 상당히 부담되고 두려웠다며 말을 이었다. “이용대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배드민턴 경기를 중계했는데 처음치곤 나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어요. 근데 그 평가를 받기 위해 베이징 가기 전 150여개의 배드민턴 경기를 보고 갔어요. 밖에서 보이는 아나운서들은 멋진 존재지만 물 밑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있는 백조와 같아요”

지금 허 아나운서는 6개월 만에 다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무슨 프로그램을 맡든 하나하나 정말 힘들긴 하지만 또 즐겁기도 해요. 어떤 일을 맡든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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