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극이다.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가문은 화해한다는 행복한 결말 때문이다. 이렇듯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그 차이를 일구어 내는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뒤로한 살아남은 자들의 노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이야기였다.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못난 형의 동생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던 것인지 그렇게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날 오후에는 우연히 ‘고파스’라는 학내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넘치는 담론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근조’를 올렸던 고파스의 정당성, 그의 죽음이 가져다주는 의미, 향후 정치권의 향방 등등, 고인이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것만 같은 담론들로 가득했다.

그분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에는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들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다름 아닌 자신으로 인한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죽음을 놓고 또다시 대립하고 논쟁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의 화해를 통하여 희극이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살아남은 자들의 노력이 희극으로 빚어낸 것이다. 이렇듯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어간 이들을 대신해서 행복해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기회를 통하여 진정한 화합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의 죽음이 비극이 아닌 희극이 되도록, 우리 모두 잠시 침묵하고 화해했으면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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