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9일 봉화마을의 발인에서 시작하여 경복궁 앞뜰에서 영결식을 치르고,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애도를 뒤로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서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지난 한 주간 수 많은 신문방송과 인터넷 공간에선 고인의  일생과 행적을 회술하였다. 그럴수록 유묘(諛墓)의 기롱을 면하기 위해 덕을 기술할 때 죽은 이로 하여금 부끄럽지 않게 하면 족하다는 옛사람의 말씀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바로 두어 해전만해도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누구 탓으로 돌리며 농을 했는지 떠올리면 말이다.

떠난 이의 모습이 시간을 두고 가슴속에 앙금처럼 가라앉는다면 남은 자의 모습은 오히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지난 일주일간 경찰버스로 봉쇄됐던 서울광장은 영결식 당일에야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수십 만의 시민들은 단번에 알아챘다. 평상시 행사와 달리 덕수궁 대한문을 뒤로 한 무대배치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음향에서 현 정부가 국민장을 어떻게 대하는 지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버스 뒤에서 법치를 표방한 통치는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이런 식으로는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지난 1980년대 ‘5.18 광주’는 당시의 대학생과 대학사회의 어떠한 원죄 또는 부채의식 같은 것이다. 그로 인해 치열한 민주화 투쟁에 나서고, 사회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었다. 찬란한 5월에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의 영면. 겉으로는 화려하고, 안으로는 궁핍한 의식에 갇힌 대학사회에 시대와 세상을 직시하게 만드는 조금은 묵직한 푯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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