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0대는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당신의 10대는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 정미지 기자
  • 승인 2009.06.19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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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라이벌, 실패, 성장. 늘어나는 주름과 취업, 세계경제를 고민해야하는 나이가 되어 생각해보면 어쩌면 너무나 작은 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10대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이 오래오래 간직될 소중한 보석이다. 여기에 이제 갓 뭔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조금 더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소녀가 있다. 

#1 공부건 운동이건 뭐든 잘하고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인기남, 야구부 카즈야. 생김새는 같지만 모든 면이 부족한 쌍둥이 형 타츠야. 생김새외에 공통점이 또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소꿉친구 미나미가 첫사랑이라는 점이다. 미나미의 마음이 타츠야에게 기울 무렵, 카즈야가 지역 결선에 향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죽고, 타츠야와 미나미는 큰 충격에 빠진다. 카즈야의 꿈이자 미나미의 꿈이었던 고시엔(일본 고교야구대회). 야구도 사랑도 동생에게 양보해왔던 타츠야가 마침내 야구부에 들어가고, 현실의 선수들과 환상속의 미나미, 카즈야와의 대결을 계속한다. 

#2 중학야구 최고의 배터리였던 히로와 노다는 돌팔이 의사의 진단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고, 야구부가 없는 센까와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곧 의사에게 속았음을 알고 허탈해 있던 두 사람은 야구동호회의 하루카를 만나 야구부 창단을 이해 동분서주한다. 그사이, 이들과 함께 중학시절을 보냈던 히데오는 야구명문 메이와 고교에 진학하여 고교야구의 새로운 강타자로 떠오르게 된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히데오의 여자친구인 히카리와 열혈 야구소녀 하루카의 응원 속에 히로는 고시엔을 향해 한발을 내딛고, 숙명의 라이벌 히데오와의 결전을 기다린다.

낡은 그림체에 심심한 이야기. 아다치 만화 속에는 무너뜨려야 할 악인이 없다. 요즘 만화에 흔하디흔한 폭력이나 자극적인 설정조차 없다. 하지만 타츠야와 히로의 맑은 눈만큼이나 순수한 10대의 이야기가 있다. 모두에겐 꿈이 있지만, 때로는 첫사랑의 열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자신 앞에 닥친 현실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중심에-우리에게 공부가 있었듯-야구가 있다.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던 소년들도 마운드와 배터박스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꿈을 던지고, 꿈을 쳐낸다. 소녀들 역시 그들을 바라보며 고시엔을 꿈꾼다.

터치의 야구는 소년소녀의 인생을 뒤바꾼 새로운 시작이었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이 열등감 속에 살았던 타츠야가 야구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주목받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대타’라는 꼬리표와 함께 카즈야의 망령이 줄곧 타츠야를 쫓아다니지만, 애써 그를 떨쳐내려 하지 않는다. 야구를 통해 성장해가면서 서서히 내부의 ‘타츠야’를 드러낸다. 소년의 시작과 함께 소녀 역시 야구부 매니저가 아닌 체조선수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운다. 그리고 갓 시작된 첫사랑. 큰 상처를 공유하며 사랑과 성장의 열병에 시달리는 소년소녀는 우리가 가졌던 과거의 순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더욱 이들의 성공과 웃음이 내 일처럼 기쁘게 느껴진다. 일본에서만 1억부가(문고판포함) 넘게 판매된 터치의 인기비결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터치가 고교시절의 감정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면, H2는 어른이 되어 과거를 추억하듯, 차분하고 철학적이다. 히로와 히데오, 하루카와 히카리라는 네 명의 H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첫사랑의 아련함과 그 실패가 남기는 씁쓰레함을 떠올린다. 한편, H2 속 야구는 등장하는 모든 소년들이 만나고 경쟁하고, 또 살아가는 ‘인생’이다. 소녀들마저 야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때때로 완성된 천재들의 완성된 경쟁이 '성장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야구선수로서의 성장만을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4명의 소년소녀가 엇갈리고 방황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작품은 분명 연애와 성장, 열혈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웰메이드 만화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터치, H2와 러프, 최근작 크로스게임까지. 고교 스포츠만화의 대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한국에까지 많은 골수팬을 만들어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표작 터치가 1981년부터 1986년까지, H2는 1992년에서 1999년까지 연재되었던 오래된 만화이지만, 지난해 두 작품 모두 한국에서 소장판으로 다시 발간되었다. 야구만화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작품인 만큼, 이제 막 야구가 좋아진 야구입문자에게 꼭 권하고 싶다.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드리죠.” 라는 히로의 대사처럼, 야구의 재미를 더해주는 데 더 이상의 만화는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이들 만화는 단순히 스포츠만화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추억과 인생에 대한 철학까지 듬뿍 담긴 명작임을 강조하고 싶다. 10대의 꿈과 풋풋함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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