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6 21:43 (수)
안암골 택견꾼들의 요람, 택견 동아리 한울
안암골 택견꾼들의 요람, 택견 동아리 한울
  • 이지원 기자
  • 승인 2009.06.19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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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동아리
한국 사람치고 택견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택견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아는 택견이라는 것은 ‘이크’, ‘에크’ 하는 추임새와 몸을 들썩들썩하는 기묘한(?) 동작 정도의 단편적 이미지 일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생각 외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막연히 택견을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만 눈을 돌려 학생회관만 가도 택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고려대학교 택견 동아리 ‘한울’ 이다.

택견 동아리 한울은 1994년 택견계승회(現 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 현재 택견은 통일된 단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택견협회, 결련택견협회, 충주택견, 동이택견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이다. 한울은 결련택견협회 소속이다.)에서 수련을 하던 몇몇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동아리이다. 그 당시 택견을 대학생들에게 보급하고자 했던 택견계승회의 구상과 대학생들의 의지가 어우러져 택견동아리 창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용인대, 성균관대 등 대다수의 대학 택견 동아리들이 이 시기를 전후로 창단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창단 당시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공계 쪽 사람들이었던 관계로 초기에는 애기능에서 주로 수련을 하였으나 90년대 후반 중앙동아리로 승격되면서 학생회관 2층에 자리를 잡게 되고 후에 학생회관이 증축되면서 현재의 자리로 오게 되었다.

한울의 1년은 택견대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가장 중심이 되는 대회는 5월 초순부터 시작해서 10월 말까지 치러지는 택견배틀이다. 그리고 11월 경에는 조선의 마지막 택견꾼으로 추앙받는 故 송덕기 옹 추모대회가 있다. 이러한 대회 속에서 한울은 그 전통만큼이나 실력 또한 탄탄한 동아리로 매 대회마다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갖춘 강호로 이미 유명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실력있는 선배분들이 대거 졸업을 하여 세대교체를 겪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작년에 故 송덕기 옹 추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택견명가’ 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 밖에 동아리박람회 때 대규모 시연을 하며 여름·겨울방학에는 협회차원에서 수도권의 대학생들에게 협회 중앙본부 전수관에서 하계·동계 강화훈련을 실시하는데 그 곳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연세대 택견 동아리 ‘하나사이’ 와 정기적으로 택견 고연전을 치르고 있고 다른 대학들과의 교류전 또한 활발하다. 택견이라는 무술의 문화 자체가 원래 마을마다 팀을 이루어 서로 찾아가서 겨루는 방식이기에 어쩌면 이렇듯 다양한 교류전이야 말로 택견의 옛 흥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택견대회가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교류전이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고 한다.

택견이 대중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과연 어떤 점이 이들을 택견의 세계로 이끈 것일까. 훈련부장 강태경(철학 07) 학우는 이에 대해 “다른 무술에 비해 택견 같은 경우는 사람을 넘어뜨리는 기술들도 다양하고 발을 차면서 넘어뜨리는 연계가 굉장히 다양해요. 창의적인 무술이라고 할까요.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 역시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전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기술을 써보니 이러이러한 장점과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더라.’ 하시면서 그걸 바탕으로 제가 저만의 기술을 깨달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으로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택견을 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스타일이나 기술이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그런 자유로움이 바로 택견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라는 말로 택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

그렇다면 고려대학교 택견동아리 한울만이 갖는 매력포인트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김경근(기계 05) 학우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택견이라는 무술 자체가 굉장히 창의적인 것이 포인트입니다. 정해진 동작이 있어서 그것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식이라면 1대 다수의 교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택견 같은 경우는 그게 불가능하거든요. 저희는 무조건 맨투맨입니다. 이렇게 일대일로 배우고 가르치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라며 선후배간의 훈훈한 정을 제일로 꼽았다. 실제로 한울에서는 졸업생들의 모임인 ‘안암비각패’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회에도 같이 출전하여 서로를 응원, 격려할 만큼 끈끈한 결속력이 특징이다. 정기적으로 홈커밍데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리 창립제를 열어 선·후배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점 역시 이러한 결속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고 있다. 또한 강태경 학우는 “택견에서 견주기라는 것이 있는데요. 흔히 말하는 태권도에서의 겨루기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견주기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떻게 보면 정말 인간관계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뒤 안가리는 저돌적인 사람은 너무 과감하게 들어갔다가 지는 경우도 있고 소심한 사람은 눈치만 보고 공격을 잘 안들어가고 그렇거든요. 택견을 하다보면 상대방과 겨루는 과정에서 그런게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따라서 동아리에서 같이 수련을 하다보면 그런 인간관계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모난 부분이 많이 다듬어지는 측면도 있구요.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나 마음가짐을 많이 배울 수 있다고나 할까요” 라는 말을 덧붙이며 한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매력포인트로 꼽았다.

여러분은 혹시나 캠퍼스를 거닐면서 효도르와 스파링 3분 이상 가능자, 북두신권 계승자를 애타게 찾는 포스터를 본 기억이 있는지 모르겠다. 매년 동아리 부원들의 오묘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신입부원 모집 포스터로 화제를 모으는 한울. 다양한 사람들과 땀흘리며 수련하는 동안 당신의 무술실력도, 인성도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 당신이 준비할 것은 오직 성실한 마인드와 진지한 열의 뿐! 택견,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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