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수술 역시 한번은 거쳐야할 불가피한 선택이다. 필자 또한 체육교사가 되기 전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며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결국 무릎연골 수술을 경험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부상과 수술 후의 재활치료의 고충이 절실히 와닿는다. 필자 뿐 아니라 팬들 역시 언론매체를 통해 스포츠스타의 부상과 수술, 재활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지성 선수의 사례를 보자.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박지성 선수는 며칠 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참가한 아시아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2007년 박지성 선수의 무릎 부상 당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속팀의 주치의는 선수의 장래를 위해서 무릎 수술을 권유했다. 당시 한국의 여론은 박지성 선수가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뤄낸 뒤 수술을 해도 늦지 않겠냐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수술과 박지성 선수의 끊임없는 재활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맨유의 심장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박지성 선수 외에도 많은 선수를 예로 들 수 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호나우도, 그는 예전의 화려했던 모습으로 재기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2년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보란 듯이 브라질의 5회 우승을 이끌었다. 지금도 브라질 국내리그 SC코린티안스에서 연일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체교 72)은 독일 진출 당시, 큰 부상을 겪었지만 이겨내고 분데스리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추앙받았다. 싸이클 선수인 랜스 암스트롱은 고환암 판정을 받은 이후에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의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6연패를 달성했다. 의사는 그에게 생존 확률이 50% 미만이라고 했지만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2005년에 대회 7연속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반대로 재기에 실패하여 쓸쓸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았으나 마약 혐의와 잦은 기행으로 은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있다. 재기의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 스포츠 현장이다. 단순히 수술과 재활치료가 재기의 성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 요소 또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수 본인의 심리상태와 마음가짐을 정확히 인식하여 부상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해야 할 것이다.

프로구단이나 국가대표팀이라면 심리학 분야의 교수나 지도자를 초빙하여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알맞게 접근하여 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의 중요성은 2002년 월드컵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히딩크는 최종엔트리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영표 선수에게 반드시 부상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여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영표선수가 재활치료만으로 회복하여 엔트리에 이름이 올랐고, 4강 신화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스포츠, 특히 학생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재활치료를 하는 학생에게 학교가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학교에서 전액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개 운동부 선수들과 개인종목 선수들이 더욱더 애교심과 순수한 열정으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학교가 충분히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선수들도 괴로움을 안겨주는 부상에 걱정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빨리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신속한 재활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선수생명을 이어가고 더욱 훌륭한 선수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 그리고 경기를 통한 희열과 흥분은 많은 사람들을 스포츠의 세계로 이끄는 요소이다. 이러한 스포츠 현장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부상을 겪은 후에 극적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며 팬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스포츠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채수원 (본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 세명컴퓨터고등학교 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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