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우리학교 체육 연수관에서 만난 루이스 코치는 외국인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와 악수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인터뷰 전, 나는 마치 전투에 나서는 것 같은 긴장감으로 준비한 질문들과 추임새(?)들을 기자수첩에 영어로 빠짐없이 적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통역사에게 전화를 거는 루이스 코치. 그제야 브라질 사람인 그도 영어를 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박태인 통역사(성남일화 소속)의 도움으로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보다 편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문득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달려’, ‘뒤로’ 같은 몇 개의 단어만 알면 축구를 가르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의 대답.

 인터뷰 약속을 잡기위해 걸었던 전화너머로 선수들에게 ‘안가!’라고 외치던 루이스 코치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사실 ‘너희들 못 나가!’라는 말을 ‘안가!’라고 말한다고 해서 문제 될게 무엇이겠는가. 비록 한국말은 서툴러도 이미 특유의 유쾌한 성격으로 선수들에게는 ‘좋아하는 코치님’이며, 작년 우리학교의 승부차기 전승을 이끈 ‘능력 있는 코치님’인 그였다.

프로 골키퍼에서 트레이너로

전화로 동시통역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루이스 코치
루이스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신선하다. 흡사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를 보는 것처럼. 일일이 가정된 상황 하에서 골을 막는 방식, 골킥을 차는 방식을 세분화하여 가르친다. 그의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 훈련에 그대로 나타난다. 상대팀에 대한 데이터 분석 또한 탁월하다. 실제로 승부차기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법을 선수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은 ‘루이스 코치의 방향 예측이 들어맞았다’는 것이었다.

루이스 코치는 자신의 선수생활이 트레이너로서 활동하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비록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루이스 코치는 브라질 프로리그에서 17년간 골키퍼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종종 큰 대회에도 출전하곤 했던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브라질 리그라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선수로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은퇴 후 브라질 프로팀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던 그가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 것은 에이전트의 권고 때문이었다. 2006년 ()고등학교의 코치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매년 정기전 때마다 골키퍼를 코치했던 것을 인연으로 2009년에는 우리학교의 정식 골키퍼 코치가 되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행을 결정하였지만, 현재는 우리 학교에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오래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루이스 코치. 브라질의 웬만한 프로팀 못지않게 체계적이며, 환경적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그가 갖고 있는 우리학교에 대한 생각이었다.

우리학교 축구부의 코치로서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 팀 중 골키퍼 코치를 따로 두고 있는 팀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전담 코치, 그것도 능력 있는 외국인 코치를 둔 우리학교 골키퍼들은 운이 좋다. 루이스 코치는 우리학교의 골키퍼에 대해서,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것이 부족하고 좀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충고했다. 스스로 훈련시간에 엄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끔 소리치는 것도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을 돕고 싶기 때문이라고.

우리학교 축구부는 새로운 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년까지 많은 선수가 새롭게 교체되었다. ‘분명한 것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치로서 우리학교 축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모두 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고, 팀의 분위기도 좋아 점점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학교의 연승행진이 그의 믿음을 증명해주고 있는 듯하다. 그는 감독과 선수들, 코치들이 고려대학교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응원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의 믿음처럼, 2009년 올해에는 축구부가 정기전에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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