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히포' 현주엽 선수가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봉준 기자)

"지도자로 돌아오면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려대 출신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기억되는 NO.32 현주엽이 50분짜리 은퇴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밝힌 짧은 소감이었다.

현주엽(경영 94)은 25일 잠실구장 내 LG스포츠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현주엽은 “좋은 기억을 안고 은퇴하고 싶다”며 20년 코트 인생을 마무리 지었다.

기자회견장은 은퇴 발표와는 어울리지 않게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은퇴를 시원섭섭하게 생각한다는 현주엽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가장 큰 은퇴 결심 이유라고 전했다. 며칠 전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하지만, 그의 모습에선 현역시절의 많은 아쉬움이 묻어있는 듯 했다. 현주엽은 “나랑 (전)희철이 형 등이 뛴 포워드, 특히 파워포인트 자리는 참 어려운 포지션이었다”면서 포지션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압박으로 인한 ‘이른 은퇴’를 아쉬워했다.

한편 현주엽은 기자회견에서 “농구대잔치 인기의 막차를 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는 농구대잔치의 인기를 배가시킨 주인공이었다. 휘문중·고 1년 선배이자 라이벌인 서장훈(연대 93)이 연세대에서 골밑을 휘젓고 있을 때 맞수 고려대에선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현주엽이 1994년 고려대에 입학하면서 현주엽-서장훈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두 빅맨이 이끄는 포스트 매치업은 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는 대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신인 첫 대회였던 ‘94년도 MBC배’를 꼽았다. 당시 이 대회에서 고려대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는데, 현주엽은 “질 것이라 생각했던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이겼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제 지도자로 변신할 현주엽에게도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승리의 지도자’로 돌아올 일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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