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9 13:32 (금)
물과 꽃의 터전, 그 곳에 반하다
물과 꽃의 터전, 그 곳에 반하다
  • 김솔지 기자
  • 승인 2009.07.26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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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밑의 국화와 절개를 겨루고 / 섬돌아래 매화와 향기를 다투네.
물오리를 이웃하고 원망을 거느린 채 / 저 붉은색 흰색이 서로 다투며 비추고 어울리네.
내가 여기에서 읊조리며 미치도록 도취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보며 웃는 듯하구나.’

- 소치 허유(小癡 許維, 1808~1893) <연화부(蓮花賦)> 중에서

넘실대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양수리) 한편에 수 만송이 연꽃과 수련이 펼쳐진 곳이 있다. 물과 꽃이 함께하는 터전, ‘세미원(洗美苑)’이다.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水洗心 觀花美心)’는 뜻이 담겨 있는 세미원은 한강의 정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공원 내 연못 위에 떠있는 연꽃과 수련이 이곳을 거쳐 가는 한강물을 정화시켜 팔당호로 흘려보낸다. 연꽃과 수련은 같은 수련과에 속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류다. 연꽃은 잎과 꽃이 수면보다 높이 솟아올라 피지만 수련은 수면에 붙어서 핀다. 또한 연잎의 표면엔 가시 모양의 돌기가 있어 물방울이 구슬처럼 맺히지만, 수련의 잎 표면엔 항상 물이 스며있다. 7월 말에서 8월 초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르는 연꽃과 수련을 바로 이 세미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미원에서는 자연에 대한 배려와 겸손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연꽃 밭은 수변구역이라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높은 구두를 신고 온 방문객들은 고무신으로 갈아 신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자연에 대한 배려를 담은 모습이다. 이름에서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자성문(自省門)은 사람에게 자연에 겸손할 것을 가르친다. 높이가 1.6m밖에 되지 않는 이 문을 지나기 위해 허리를 굽히면 ‘우리가 자연에 겸손하면 자연도 우리에게 겸손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문지방에 시선이 닿는다. 또한 세미원은 하루 입장 인원을 2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연을 배려해 환경을 지키려는 세심함이 묻어 있다. 3000원의 입장권은 세미원에서 나올 때 친환경농산물과 교환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배려도 숨어 있다.

세미원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한반도 형상의 큰 연못인 ‘백두산과 반도지(半島地)’다. 그 위에 떠 있는 하얀 수련은 우리나라의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연못의 꼭대기에는 백두산을 나타내는 작은 바위도 있다. ‘백두산과 반도지’를 지나 걸어가면 365개의 장독대가 물을 뿜고 있다. 이곳은 ‘한강청정기원제단’이다. 삼월 삼짇날, 장독대에 두물머리의 강물을 올려놓고 나라와 집안의 안녕을 기원했던 양평군 양서면 일대의 민간 풍속을 확대한 조형물이다. 이 장독대 분수는 한강물을 살아 숨 쉬는 옹기에 담아 생명이 넘치는 물로 환원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사람들을 맞는 곳은 ‘세계 수련관’이다. 이곳엔 입구에서부터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빨래판 길이 펼쳐져 있다. 빨래판 길에는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어 내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길을 지나면 온대수련과 열대수련을 포함한 250여종의 수련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련관 안쪽엔 작은 갤러리도 있다. 이 곳엔 연꽃과 수련을 주제로 한 어재덕 사진작가의 작품 십 여 점이 전시돼 있다.

세미원 끝자락에 있는 ‘모네의 정원’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프랑스 화가 모네는 잔잔한 수면과 어우러진 수련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노년동안 연못과 수련 그림에 전념했다. 작은 아치형 다리가 일품인 모네의 정원은 모네처럼 수련에서 신비한 영감을 얻는 예술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그려낸 곳이다.

‘진흙탕에서 피어난 아름다움.’ 연꽃을 수식하는 말이다. 연꽃은 그 어떤 더러운 물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어낸다. 그 모습이 마치 ‘불자가 세속에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과 같다’ 하여 불교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연꽃은 종교의 상징보다도 아름다운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올 여름, 바다와 산의 푸름보다 연꽃과 수련의 고고한 아름다움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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