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목)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이런 저런 우려로 인터넷 공간이 시끄럽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인 블로그를 모두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정된 저작권법은 이전의 저작권법보다 처벌제도를 강화한 것뿐 달라지는 내용은 거의 없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들-노래가사, 드라마 캡처 사진 업로드 등-은 이미 이전부터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일이었다. 저작물을 어떻게 이용해야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을까?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고대신 군은 열성적인 블로그 운영자다. 그는 오늘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블로그에 정리하던 중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내 아이디어도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 될 수 있을까?’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물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선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나타낸 것이어야 한다. 또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독창성은 단순히 남의 것을 베끼거나 모방하지 않고,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이 △말 △글 △그림 △조각품 등의 방법을 통해 외부로 나타나야 한다. 머릿속에 생각만으로 머물러있는 사상이나 감정은 표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

고대신 군은 특히 맛집과 여행지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자주 업데이트한다. 쿠키 양은 화장품의 리뷰를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취미다. 직접 찍은 사진이 없을 땐 화장품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진들로 대신하기도 한다.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해야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풍경사진의 경우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인물의 배치나 조명 등을 통해 저작자의 창작능력이 드러나는 경우엔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또한 저작물의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단, 그 인용 범위가 정당해야 하고 공정한 관행에 맞아야 한다. 본교 안효질(법과대 법학과) 교수는 “인용 범위와 공정한 관행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인용한 저작물이 원본의 경제적 가치를 훼손시켜선 안 된다는 것을 기준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키 양은 드라마의 장면 5개를 캡처해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함께 블로그에 올렸다. 고대신 군 역시 때때로 마음에 드는 노래 가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권리자의 허락 없이 노래가사나 명대사를 올리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에 위반된다. 방송화면을 캡처해 올리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안 교수는 “장면의 질을 판단하긴 어렵기 때문에 저작물의 전부나 상당한 양을 캡처했을 경우를 저작권 침해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저작물의 창작성을 해칠 정도의 양이 아니라면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공된 저작물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출처를 명시하면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리뷰’가 이에 해당한다.

고대신 군과 쿠키 양은 이번에 저작권법이 개정돼 규정이 강화된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게시물들을 모두 비공개로 바꿨다.
블로그의 게시물을 비공개로 설정해 놓는다면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전송’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한 드라마의 광팬인 쿠키 양은 지난 방송 편을 평소 이용하던 공유 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다운받았다. 쿠키 양은 돈을 낸 것이기 때문에 합법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공유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파일 대부분은 불법콘텐츠며 ‘개인적인 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공유 사이트에 지불하는 금액은 저작권료가 아닌 사이트 서비스 이용료다. 그러나 일부 사이트에선 몇몇 콘텐츠를 ‘제휴콘텐츠’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빅파일 디지털 콘텐츠 포탈’ 저작권보호센터 담당자는 “저작권자와 제휴를 맺어 일정 금액을 저작권자에게 제공한 뒤 판매하는 것이 제휴콘텐츠”라며 “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일어난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교재 복사나 강의내용 녹음과 관련해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

고대신 군은 수업에 결석을 하게 된 쿠키 양에게 수업 녹음을 부탁받았다. 고대신 군은 별 생각 없이 강의 전부를 녹음해 쿠키 양에게 녹음 파일을 보내 주었다.
강의는 특정 교재를 읽는 등 창작성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강의를 녹음하는 행위는 영리가 아닌 개인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엔 적법하다. 그러나 이 규정은 그 저작물의 일부만을 사적 복제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강의 전부를 녹음하는 경우는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또한 타인에게 저작물을 전송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안 교수는 “저작물 전송이 법적으로 허용되진 않지만 학계에선 10명 내외로 사적인 범위를 한정해 배포하는 것은 허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대신 군은 레포트 작성을 위해 관련 도서 일부분을 도서관의 복사기로 복사했다.
개인적인 이용이라 해도 공동이 사용하는 복사기에서의 복제는 법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 내에 있는 복사기기는 복사전송권협회(이사장=조동성)와 계약을 맺어 저작물 사용허락을 받은 것이다. 본교 중앙도서관(관장=전성기·문과대 불어불문학과) 내의 복사부 관계자 두석현 씨는 “학생들이 돈을 내고 출력하는 자료들의 경우 모인 돈을 저작권료로 지불하고 있으며, 복사기 한 대 당 복사전송권협회에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 밖의 복사업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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