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세계 전쟁을 치룬 20세기는 불행한 시기였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제도화된 노벨상은 학문의 성과를 기리고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자들에게 상을 안겨 주면서 온 인류에게 희망을 주었다. 노벨상 제도는 불행한 20세기의 위안요소이자, 새로운 미래목표를 안겨준 ‘무형적인 유산’과 같다. 우리는 매년 노벨상 수상을 통해 여러 학문분야학자의 위업을 기리고 당대적 이슈를 현실체계와 맥을 이어 그 의의를 다지려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벨상은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수상을 둘러싼 학문적 통섭을 이뤄내는 동시에 학문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매년 발표되는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수상자와 수상자 선정 취지를 면밀히 검토하면, 인류가 지향하는 목표를 알 수 있다.

노벨상은 다극화하고 복잡해지는 학문을 체계화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비교적 기존학문체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첨단과학 연구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합리적인 입장을 추구하면서 인류의 과제를 풀어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노벨상 제도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잠정적으로 ‘노벨프라이졸로지(nobelprizology : 노벨상 연구학)’라는 신조어로 도입하면 한국에 새 지식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웹스터에 수록된 신조어는 100여개에 이른다. 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단어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는 세계인 모두의 언중감각(言衆感覺)을 존중한 결과다. 예를 들면 ‘영상물이 포함된 블러그’를 ‘vlog’,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green-collar'라는 하나의 단어로 명징하게 사용하면 소통이 쉽다.

‘노벨프라이졸로지’는 한국발 신조어로서 연구영역 지평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를 키워드로 삼아 노벨상을 학문으로 연구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매년 수여된 노벨상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 수상분야별 선정 취지를 통해서 노벨상이 지향하는 미래학문에 대한 지표를 간파할 수 있다. 노벨상 역사 100년을 돌이켜 보면서 시대마다 분야별로 노벨상 선정 취지를 헤아려 장차 노벨상 선정위원회에서는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해 살필 수 있다. 이를 한국의 지식력을 강화하는 데에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노벨상 수상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체적으로 확보해 학문 후세대들에게 다양한 전문자료를 줄 수 있다. ‘노벨상學 연구방법’을 체계화하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후속적으로 쌓아올린 수상 이후의 성과요소(late work)를 알게 되면 학문의 지식배경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벨프라이졸로지’는 융합학문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그것들을 조합해  인류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시대적 욕구를 부각시킬 수 있다. ‘통섭(統攝,Consilience)’이란 논리를 적용해 각 학문별 이질성을 총체화해 개별지식으로는 해결불가능한 요소들을 면밀히 살필 수 있다.

끝으로 미래의 국가별 평가요소 중에는 그 나라의 학문수준을 가늠하는 일환으로 ‘국가별 노벨상 수상자수’ 등이 하나의 잣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도 노벨상을 향하여 보다 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벨프라이졸로지’ 개념으로 국제 규모의 학문 추세를 도출해내어 세계적 수준의 지식역량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노벨상으로 이어지도록 지원기구(Support Organization)처럼 도와야 한다.

2008년까지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일찍이 ‘5030’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노벨상에 대한 집중적인 학문적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성과를 올렸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한림원에서 선정하는 것이지만, 수상 후보자들의 연구성과에 대해 후보수준에 이르도록 행정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년 9월말이나 10월초에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 한국인이 ‘수상했다 못했다’는 식의 코멘트 차원을 넘어서 수상자의 학문적 성과를 평가해 우리의 학문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적 소산이 노벨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상현 (연세대 강사·비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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