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전(攻城戰)은 성을 기대고 있는 적을 공격해 함락시키는 싸움이다. 공성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전략은 두 단계다. 식량이나 물 등 적의 보급을 차단하는 것이 첫 번째, 그 후 방어선에 공세를 가해 약한 부분을 부수고 돌입해 함락시킨다. 

2009년 7월 24일. 삼복더위 속에 때 아닌 공성전(攻城戰)이 한창이다. 게임 속도 아니고 사극도 아닌 경기도 평택에서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도장공장 안에서는 공장을 지키려는 노조원들과 공장의 '함락'과 최종적으로는 강제해산을 위해 '공성'을 하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회사는 공성전의 전략에 따라 물과 가스를 끊었고 음식물도 끊어졌다. 경찰은 도장공장을 향해 다가가며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600여 명의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을 한 지 64일째, 음식물 반입은 중한 된 지 8일째, 단수와 가스 중단 5일째다.  

안에서는 쇠로 만든 대형 표창과 대형 철제 너트와 볼트가 날아오고 폐타이어에 불을 지른다. 경찰이 위협적으로 거리를 좁혀오면서 충돌은 더해진다. 노조원이 경찰이 쏜 테이저 건을 얼굴에 맞는 충격적인 사진까지 공개됐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기자들도 차량, 카메라 장비가 부서지고 머리에 쇠볼트, 너트를 맞고 실신하기도 했다. 사제 총에 스티로폼이 녹아드는 최루액까지. 의약품 공급되지 않은 지 오래에 의료진도 24일에야 사측이 보낸 의료진에 한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극하다 못해 참혹한 상황이다. 

물과 가스 공급이 중단되고 공권력이 투입되던 날 아침. 노조 간부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 생각난다. 쇠볼트가 날아오는 뜨거운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다. 두 명의 아이를 두고. 인화물일이 가득한 전쟁 속 공장에 남편을 두고. 경찰은 울증이 있었다'고 했다. 마음의 병은 어디서 왔을까. '나만 살 수 없다'며 싸움에 나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거기서 나오면 안되겠느냐"고 전화로 울먹였다는 그도 나와 같은 해 태어난 동갑내기였던 사실이 더 가슴이 아팠다. 누구의 책임일까. 그저 이번에도 그녀가 그렇게 가는 것을 말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슬플 뿐이다.

부상자 속출과 일촉즉발의 극한 상황 끝에 노사가 24일 오후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노와 사는 오랜 기간이 있었음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목숨을 내놓을 만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협상이다.

먹고 살 일자리를 위해 성을 지키는 사람들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성에서 나오라는 사람들. 모두 삶을 위한 것이다. 더 이상의 죽음은 가혹하다. 공성전을 벌이게 된 것도 빼앗겨 가는 삶의 터전 때문이었다. 같은 날. 한쪽에서는 경제 지표 회복에 따른 `출구 전략'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금융 위기 이전 상태까지 올라섰다고 한다.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 훈풍이 부디 삶을 위협받고 삶을 내걸고, 포기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평택에도 한가닥 불었으면 한다.

<씻은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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