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지명 후 고려대 양승호 감독(좌), 신정락 선수(중), 아버지 신태일 씨(우)가
기념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김명선>


대부분의 팀이 10라운드까지 신인 선수들을 지명한 가운데 전체 순위 1번을 고려대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신정락(체교 06, P)이 LG트윈스에게 호명됐다.

17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지명회의를 통해 향후 각 팀을 이끌어갈 신인들을 선발했다. 전체 1번픽을 가지고 있는 LG 트윈스는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로써 대학 무대를 평정한 고려대의 신정락을 주저하지 않고 지명했다.

신인 지명회의가 끝난 후 신정락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선발 욕심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겠다”며 자신의 목표였던 전체 1번 지명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신정락은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직구.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최근 2년 간 대학 무대를 초토화시킨 투수이다. 기록은 다음과 같다.

경기

선발

이닝

피안타

4구

사구

삼진

자책점

17

6

58

39

10

5

77

0.93

8

2

14

4

51

41

9

6

48

1.41

5

2

유명한만큼 신정락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다. 드래프트 직전에는 1순위에 대한 찬반이 인터넷에 뜨거운 감자였다. 그에게 있는 오해와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오해는 2008년 정기전 단 한 경기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밝히고자 한다.

# 오해1 : 신정락은 제구력이 훌륭하지 않다?

진실
2년 간 109이닝에 허용한 볼넷은 단 19개.

그의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주는 충분한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정락은 포수의 리드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이다. 신정락은 “공은 거의 포수의 사인대로 던지는 편”이라며 제구력에 자신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췄다. 자신의 좋은 제구력에 대해 신정락은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때는 컨트롤보다 구속으로 승부했다. 대학교에 와서 제구를 신경쓰기 시작했고, 나는 강하게 던질수록 컨트롤이 잘 먹히는 편”이라며 자신의 비법을 공개했다.

# 오해2 : 신정락은 새가슴이다?

진실
신정락은 SPORTS KU와의 인터뷰에서 “풀카운트가 되면 승부를 즐기는 편이다”며 승부 근성을 나타냈다. 유인구로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일만큼 짜릿한 일은 없지만 “야수들을 믿고 가운데로 던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돌아보기 1

2008년 첫 패배는 연세대와의 춘계 예선리그 5차전이었다. 9회 3:0 상황에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올라온 신정락은 앞선 4경기 중 3경기에 출장한 상태였다. 이미 예선 통과는 확정된 상태였지만 상대는 라이벌 연세대였다. 확실하게 기선 제압을 위해 신정락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역전패. 대회 예선 내내 올해 삼성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임진우(체교 06)의 허벅지 부상이 있었고, 고려대의 마운드는 당시 신입생이었던 윤명준, 임치영, 문승원 등이 지키고 있었다. 신정락에 대한 의존도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몸에 맞는 볼과 안타 3개를 허용하며 결국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게 됐다. 신정락은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 연세대 타선을 도망가는 피칭 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에이스다운 승부 근성을 보여줬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연투로 인해 볼 끝에 힘의 움직임이 평소같지 않았던 것이다.

매일같이 진행되는 대학 대회 예선에서의 잦은 연투는 투수를 힘들게 하는 법이다.

돌아보기 2

신정락의 대학 시절 정점은 바로 3학년 때인 2008년 하계리그. 이 대회에서 신정락은 30 1/3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세운바 있다. 이 대회에서도 역시 신정락은 연투를 거듭했다. 8강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신정락은 단 하루를 쉬고 다시 동국대와의 경기에 나섰다.

3-1 2점차로 쫓긴 3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신정락은 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또 5회 무사 만루 상황에선 세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신정락의 주무기인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휘어져들어가는 역회전 볼에 동국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신정락은 이 경기에서 5와 1/3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돌아보기 3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2008 정기전에서 신정락은 선발 투수로 나섰다. 결과는 연세대의 압승. 신정락은 당시 경기에 대해 “초구를 던지는 순간 오늘 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사실 신정락은 팔꿈치 부상을 가지고 있었다. 팀의 에이스로서 선발로 나가야만 했다. 신정락은 사이드암이지만 스리쿼터에 가깝게 팔을 높이 쓰는 선수이다. 아픔을 참고 승리를 위해 힘차게 던졌고 연세대의 기회는 주로 내야 안타와 실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신정락의 공 끝은 변화가 심했지만 승부는 결국 상대 선발 나성범의 호투와 내야 수비에서 갈린 것이다. 타구는 땅볼로 유도됐지만 연세대에게 몇 번의 운이 겹치며 고려대는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정기전 이후 팔꿈치 부상의 회복을 위한 재활에 힘쓰며 남은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3. 오해3: 사이드암이라 좌타자에 약할 것이다?

진실
신정락의 피안타율은 2년간 0.201이다. 최근 대학무대는 좌타자들이 즐비하다. 내야수들이 우투좌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균관대의 노진혁(3루수, 2학년), 단국대의 백상원(2루수, 삼성2차4순위) 등이 우투좌타의 강타자로서 대표적인 선수라 할 수 있다. 신정락은 2년간 이 두 타자에게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신정락은 “좌타자던 우타자던 신경쓰지 않고 내 공을 뿌리기 위해 노력한다. 제구가 뒷받침된다면 좌우 타석의차이는 크지 않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좌타자에 약하다면 경이로운 2할의 피안타율 기록도 뒷받침되지 못했을 것이다. 2008 정기전에서 나성범을 비롯한 연세대 좌타자에게 사구와 야수실책, 내야 안타 등으로 많은 출루를 허용했다. 좌타자에 약할 것이라는 인상. 역시 정기전에서 비롯된 편견인 것이다.

침착한 에이스 신정락. 그에게 다시 주어진 기회.

정기전 이후 대회에서 신정락은 팔꿈치 부상 재활에 힘을 쏟았다. 2009 춘계 대회까지 출장이 불투명했지만 성실한 신정락은 빠른 재활 속도를 보였다. 성실하고 침착한 마인드가 원동력이 됐다.

그는 자기의 야구를 즐기는만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선수이다. 신정락이 밝힌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경기’라는 2009년 대학야구선수권 성균관대전에 기록을 찾아봤다. 5 2/3이닝동안 1자책을 했지만 탈삼진 7개를 잡으며 대학 야구의 최강타선이라 불리는 성균관대 타선을 봉쇄했다.

신정락은 다소 운을 필요로 하는 투수일수는 있겠다. 공 끝의 움직임이 심해 방망이 중심에 맞추기가 어렵다. 게다가 공까지 빠르다. 빗맞은 안타나 어려운 내야 수비를 요구한다. 하지만 장타에 허용 비율이 거의 없고 땅볼 유도 비율이 좋은 삼진 잘 잡는 투수. 이만하면 에이스라 불러도 손색없지 않은가.

신정락에 대한 오해는 2008 정기전 단 한경기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 지명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정기전 마운드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다. 자신이 왜 고려대의 에이스인지. 왜 2010 드래프트의 1순위인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것이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여유롭게 즐길줄 아는 선수다. 이제 자신이 잘 하는 '내 방식대로'의 야구를 보여주리라 확신한다. 단 한 경기에서 만들어진 그에 대한 오해. 올 9월 잠실벌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에이스 신정락 그 스스로가 모든 오해를 풀어내리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