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0년부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전격 시행된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핵심은 취업 전까지, 즉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기 전까지 대출금 상환과 이자납부가 유예된다는 점이다.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출계약 당시 설정한 상환시기가 되면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원리금을 갚아야 하고, 대학재학 중에도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정부는 새 제도가 도입되면 학자금 대출로 인한 금융채무불이행자수가 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제도의 △기준소득 △상환율 △소득의 범위 △체납처분기준 등 자세한 실행방안은 9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본교생 4명을 만나 새로운 학자금 상환제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참여한 학생은 △유태양(법과대 법학05) △윤진섭(국제학부05) △유지영(정경대 정외06) △이상원(언론학부07) 씨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재학 중 이자상환이 유예된다는 것이다.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나

유태양(이하 태양)
학자금 대출이자는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실제로 내 주변엔 졸업학기인데도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있다. 학교에서 학자금 대출이자를 보조해주지만 크게 실효성이 없다. 해당 학기에 받은 대출금에 한해서만 이자를 지원해줘 이전 학기의 대출액에서 발생한 이자는 학생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 학생들이 재학 중에라도 돈 걱정 없이 학업과 취업준비에 전념할 수 있을테니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유지영(이하 지영)
소득이 생기기 전엔 상환의무가 없으니 지금처럼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대학생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20년 후에도 빚을 계속 갚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만 달지 않을 뿐 심적인 부담은 여전할 것이다.
이상원(이하 상원) 나도 같은 입장이다. 대학 졸업 후엔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20년 이상 갚아야 할 빚을 안고 시작하는 삶은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따라서 등록금 상한제 등 등록금 규제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학교에서 등록금을 올려도 학생들은 지금 당장 내야하는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전보다 덜 반발할 것이고, 학교가 그 점을 이용해 계속해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다.

정부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한 채권 수익으로 새 제도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태양
우리나라의 국채, 지방채 발행 수준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국채의 이자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을 통해 얻어지므로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윤진섭(이하 진섭) 채권을 통한 재원조달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한 채권은 국가가 보증을 선 것이라 국가가 빌려준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현 정부가 제도 시행에 필요한 연평균 11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안정적이다.
지영 연평균 11조원의 재원을 채권을 통해 마련한다는 정부의 방안을 보면 이 제도가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짐작케 한다. 재원마련부터 운용, 상환방안에 이르는 실행방안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어떻게 하면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책임질 지에 대한 고려 없이 이전 제도와 마찬가지로 교육받는 사람이 모든 돈을 다 내야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는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기존 제도는 소득 1~3분위 학생은 무이자로 대출이 가능했던 반면, 새 제도는 소득 1~7분위 학생들이 똑같이 이자를 내야 하는데

태양
국가가 보증해주는 학자금 대출제도는 저소득층에게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줘 좀 더 쉽게 대학을 다니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계급고착의 악순환을 끊어주려고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했던 것인데 새 제도가 시행되면 저소득분위의 학생들은 전보다 이자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이는 학자금 대출제도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
상원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에 지방자치단체가 해주던 이자 지원도 사라지게 되고 이자율도 소득 분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돼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중된다. 등록금을 왜 낮춰야 하는가, 교육의 형평성을 왜 담보해야 하는가 등 본질적인 질문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소득에 따라 상환액수가 다르게 책정되며 실직이나 육아휴직으로 기준소득 이상을 벌지 못하는 경우엔 상환의무가 유예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섭
우리나라에서 대학공부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게 현실이다. 무상교육이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소득에 따라 상환액수와 상환기간을 달리해 유동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영 일정소득이 안 되면 상환의무가 유예된다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그 사이에도 이자는 계속 누적된다. 육아휴직은 자식을 낳으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인데 그 기간에도 이자가 계속 누적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상환은 취업 후에 하면 되니까 우선은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라는 것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선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태양 군 복무기간에도 이자가 누적된다. 군 복무는 국가에서 부과한 의무를 국민으로서 수행하는 과정으로 2년간의 공백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군 복무 기간엔 국가가 이자를 미뤄주거나 대납해주는 것이 옳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오는 9월 말 발표된다. 제도가 시행되기에 앞서 보완점이나 정부에 바라는 등록금 정책이 있다면

상원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된 영국과 뉴질랜드에선 등록금 상한제와 병행했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등록금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 별다른 규제 없이 등록금이 계속 오른다면 대출액이 점점 많아져 학생들의 상환능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회수율이 낮아지게 될 것이고 정부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진섭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많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원인을 치료해야 하는데 이 제도는 눈에 보이는 증상만 일시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근본적 원인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등록금을 낮추면 해결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정부만 모른 척 한다. 많은 재원을 투입해 대출한 학생들이 부담 없이 돈 갚는 방법을 강구하기 보다 같은 재원을 투입해 안 빌리고 안 갚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영 정부가 매년 5조원정도 추경예산을 편성해 등록금을 지원하면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공약으로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으로 인한 비용 일부를 미래에 사회를 이끌어나갈 대학생들에게 투자한다면 수많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예산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등록금 인하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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