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과 '언론(言論)'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신록보다 생동하는 젊음과 열정, 당돌한 패기를 가진 대학생의 눈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으려는 기자의 눈은 서로 닮은꼴이다. 그래서일까, 대학생의 눈빛에서 열정과 패기보다 취업과 생존을 위한 경쟁의 냉혹함이 담겨가는 요즈음 고대신문의 지면에서도 차가움이 묻어난다.

대학언론은 단순한 객관적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고, 대학당국의 홍보성 자료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학내 사건들에 대해서 찬반양론의 단순한 나열을 넘어서 문제의 핵심을 지적해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단순한 검토가 아닌 비판적인 입장과 쟁점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은 서툴고, 전문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대학언론의 생명력은 그 순수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지난 1619호에서 김정배 신임 이사장의 취임에 대한 기사와 인터뷰는 양면에 걸쳐 큰 비중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2002년 총장직에서 물러난 점 등에 비춰볼 때 지난 공과에 대한 기본 평가조차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김 이사장이 추진하려는 재단의 수익사업 확충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역시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임홍빈 교양교육원장 인터뷰 기사에선 시간강사 해고문제가 생겨난 지금 교양수업을 지도하던 강사들에 관한 질문이 부족해 보인다.

학내에서 열린 ‘맑시즘 2009’에 대한 기사는 행사에 대한 기본 소개와 찬반양론에 대한 표면적 나열에 머물렀다. 대학이라는 공간, 집회와 시설 사용에 관한 심층적인 접근을 포기한 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집회에 대한 내규’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기적으로도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에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조례에 대한 찬반논의가 진행될 때라 아쉬움을 더한다. 한 면을 가득 채운 저작권법에 대한 기사는 시기적으로 필요했지만, 당시 사회적 쟁점이었던 쌍용자동차 파업과 북핵문제 등에 대해 언급 조차 실리지 않았던 점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고대를 여는 열쇠’, 인터넷 고대신문의 메인화면에 등장하는 로고다. 1947년 발간 이후 무려 1619호를 발간해 왔던 고대신문의 역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논쟁과 소통이 사라져가는 대학사회와 점점 살기 어려워져가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면 지금 고대신문에 맡겨진 역할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소통의 단절로 닫혀버린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열어낼 진정한 열쇠가 되길 소망해본다.

조영관(정경대 정외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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