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학은 여전히 저기에 있다. 여기와 저기의 거리만큼이나 인식과 방법의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남한 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의 실체를 인정하고 뒤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벽이 허상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넘어서거나 꿰뚫을 여지(틈)를 찾을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북한문학을 응시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왜 북한 문학인가
 
북한 사회는 남한 사람들에게 상당히 낯선 영토로 존재한다. 이질적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이질화된 남북의 모습은 남북 관계의 이완과 수축이라는 거리 조정 여하에 따라 호기심(반가움)과 두려움(괴리감)이라는 양가성을 서로에게 내비친다.

해방과 전쟁 이후 분단이 공고화된 이래로 통일은, 그것이 체제유지를 위한 담론이든 민족적 정서를 울리는 호소이든, 하나의 거대한 지상과제이자 절대선의 영역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의 다양한 물꼬 트기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든 통일은 선일 수 있는가?’ 라는 회의적 질문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그 질문의 기저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전망이 서로 얽히고 설켜, 때로는 어느 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선뜻 하나의 귀결된 합일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평화적 통일은 선일 수밖에 없다. 한 민족의 말과 글이 그 민족의 얼을 형성시켜온 역사적 동질성 유지의 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과 북은 사소한 차이를 지닌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해 다른 점을 전제로 접근해나가는 방식은 상호 차이의 확대만을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공통점(말과 글)을 전제로 한 접근법만이 차이(체제와 세계관)의 폭을 좁혀갈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남한 문학을 향유하는 우리가 북한 문학을 들여다보아야 할 당위성과 책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북한 문학 어떻게 흘러왔나
 
해방 이후 현재까지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이념적 좌표는 이른바 김일성주의라고까지 불리는 ‘주체사상’이다. 1967년 주체사상이 공식적인 유일 사상체계로 확립되기 전까지는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사상적 토대를 기반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 문예이론’이 문예창작의 지도이념이었다. 그렇지만, 1967년 이후 주체사상의 문예적 실현 방도로 ‘주체문예이론’이라는 이론적 체계가 구성된다. 그 속에서 주체문예이론의 철학적 기본 원칙으로 ‘당성(당/수령에 대한 충실성), 계급성(노동계급의 관점과 입장의 고수), 인민성(인민들의 정서적 감응과 향유, 교양에 초점)’이라는 3대 원리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그러한 3대 원칙은 고상한 사실주의(1947)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거쳐 ‘주체사실주의’(1992)라는 창작방법론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또한 이러한 기본 원칙은 주체문예이론의 실제적 창작지침인 종자론(작품의 핵을 이루는 사상적 알맹이를 확고히 장악하는 목적의식적 방법론), 전형화이론(높은 사상예술성의 보장과 교양의 강화를 위한 전형성 창조), 속도전 이론(빠른 창작 속도로 작품의 질을 보장하며 당의 요구를 반영) 등을 통해 강조되는데, 이러한 이론적 토대를 뒷받침하는 원리는 ‘사회주의적 내용과 민족주의적 형식’이라는 창작 원리이다.
 
북한 문학은 주체사상을 유일 사상으로 확립한 1967년과 김정일이 <주체문학론>을 펴낸 1992년을 두 기점으로 하여 크게 대별된다. 해방 이후 북한 문학은 김일성을 위시한 항일무장투쟁세력의 사회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남로당계 작가(임화, 김남천, 이태준 등)의 숙청, 반종파 투쟁(한효, 안함광 등) 등을 거치면서 사회주의적 개조를 확립했다. 1967년 이후 수령형상문학을 필두로 상투성·도식성·무갈등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획일화된 문학 작품들을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 획일적 흐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김정일이다. ‘높은 당성과 심오한 철학성으로 주체적 창조세계 구현’으로 요약되는 그의 교시(1980년 1월 조선작가동맹 회의)는 인민들의 사회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주·객관적 조건에 대한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이 교시 이후 동구권의 몰락(1989) 여파가 밀려오기 직전까지 북한 문학은 기존의 도식성과 획일성에 탄력적인 유연성을 불어넣으며, 인민의 생활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사회주의 현실주제문학들이 다수 등장하게 된다. 그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 남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쇠찌르레기>, <벗>, <삶의 향기>, <청춘송가>등의 작품들이다.

이후 1992년 김정일의 <주체문학론>이 발간되면서 ‘주체사실주의’의 관점 하에 과거의 문학적 전통과 유산을 재평가하면서 카프 문학(동반자 문학)과 실학파 문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인직, 이광수, 최남선 등의 재평가와 더불어 한용운, 김억, 김소월, 정지용, 심훈, 이효석, 방정환, 나운규 등의 작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체문학론>에서 제기한 ‘전통과 유산’이 남북한 문학의 접점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론적 지침임에도 불구하고,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1989년 이후)과 김일성의 사망(1994), 핵문제 등의 대내외적 조건으로 인해 1980년대에 보여줬던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문학은 1990년대에 이르러 오히려 쇠퇴한 듯 보인다.

북한 문학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시와 소설을 막론하고, 크게 보면 이념적 주제(소재)와 탈이념적 주제(소재)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념적 주제로는 김일성 가계의 형상화,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형상화, 반미주의의 형상화, 조국통일 형상화, 북한의 역사적 정통성 형상화 등이 주를 이룬다. 또한 탈이념적 주제로는 청춘 남녀간의 애정문제,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 문제, 여성 문제, 숨은 일꾼의 형상화, 세대간의 갈등 형상화, 과학 환상 주제 등이 다루어지고 있다.
 
북한 문학의 틈을 찾아서  

북한 문학은 여전히 저기에 있다. 여기와 저기의 거리만큼이나 인식과 방법의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남한 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의 실체를 인정하고 뒤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벽이 허상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넘어서거나 꿰뚫을 여지(틈)를 찾을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북한문학을 응시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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