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금)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가 있었다. 시위현장에는 화상환자 모임인 ‘빛과 사랑회’회장 이의산 씨가 ‘안면화상인 성형수술 의료보험 적용하라!’,‘취업차별 하지말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시간 동안 시위를 펼쳤다.

“화상인들은 겨울에는 일반인이었다가 노출이 심해지는 봄, 여름이 오면 화상인이 된다”는 우숙형 한국화상가족협의회 총무의 말처럼 화상인들은 화상 후 후유증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 화상(火傷)은 일반적으로 열상(熱傷)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열탕, 전기, 가스 등에 의해 발생한 사고에 의해 데어서 입은 상처를 말한다. 화상을 입은 후 그 정도에 따라 통증을 일으키고 감염에 의한 합병증 등이 일어난다. 치료 후에는 후유증에 의한 흉터, 피부구축(피부당김 현상) 등으로 외모적인 변형이 생기는 일도 있다.

그중 전체 화상환자의 약 10∼20%를 차지하는 안면 화상인은 고통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 안면은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화상인들보다 사회적 어려움은 클 수 밖에 없다. “화상입은 사람을 봤을 때 섬뜩한 느낌과 함께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는 태영돈(문과대 03) 씨의 말처럼 일반인들이 안면 화상인들을 바라보는 선입견은 안면 화상인들을 힘들게 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안면 화상인들은 사회의 편견으로 사회생활에 장애를 겪고 있으며 안면화상인 스스로 죄책감을 갖고 살기도 한다. 학교의 친구, 선생님, 지나가는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소외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외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회풍토는 그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어 취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로 인해 경제적 빈곤은 계속된다. 결국,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는 그들로 하여금 사회생활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안면 화상인들은 일반적으로 신체 기능적인 면은 정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보다 사회생활을 하기에 유리해 보이지만 오히려 더 많은 차별을 받는실정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그들은 장애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보조나 혜택은 받지 못한다.
 
또한, 안면화상의 치료에서 눈, 코, 입, 귀 등의 기능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자비로 많은 돈을 들여 성형수술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술비 마련이 어려워 흉터치료 성형을 포기하는 안면 화상인들도 많다. 이에 대해 박승하(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비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성형수술도 보험처리가 당연히 돼야 한다”며 “다른 문제보다도 건강보험의 재정문제 때문에 보험적용이 안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렇게 부득이한 노출의 고통까지 3중고를 겪어야 하는 안면 화상인들에게도 희소식은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얼굴의 변형 정도에 따라 안면 화상인들이 2급∼4급 장애인으로 인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중 개정령안’에서 화상만으로도 장애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하고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령안은 ‘안면의 변형으로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사람’, ‘활동이 제한받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장애판단 기준을 정하고 있어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법령으로 장애인정을 받는 문제와 안면성형수술시 보험혜택을 받는 것은 별개의 사안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안면 화상인들의 권익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직까지 멀게만 느껴진다. 이에 대해 한국화상가족협의회의 관계자는 “사실, 장애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진작에 되었어야했다” 며  “이번 법령 시행에 의료보험 혜택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화상의 경우, 흉터상태와 정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어떤식으로 법이 적용될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화상인들은 지난해 하반기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통해 화상장애법령을 만들어 화상인들의 기본권을 찾고, 화상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안면 화상장애인들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면 화상인들은 주변의 곱지않은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면 화상인이면서 〈잃어버린 내 얼굴〉의 저자인 김광욱(30) 씨는 “화상 장애는 사회가 준 사회적 장애”라며 “화상환자들의 외면을 흉칙하게 볼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조금 다른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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