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술 사주세요”평소 친하게 지내던 운동부 후배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왜 술이 마시고 싶냐고 묻자 대답은 이랬다. “선배들한테 기합 받아서 우울하거든요”
최근 들어 운동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TV 시사 프로그램에 본교 야구부 선수들의 구타장면이 나온 뒤 운동부 세계의 문제점 대한 지적은 더 많아지고 있다.
사실 운동부 내에서 일어나는 구타는 어제 오늘에 있던 일이 아니다. 그나마 본교 운동부의 경우 ‘대학內’라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적다고 할 수 있다. 입학 전, 속옷 하나만 걸쳐 입고 추운 겨울날 연수관 옥상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며 ‘석탑’등의 응원곡을 다 외워야하는 것은 애교(愛校)가 빚어낸 애교(愛嬌)이니 귀엽게 봐줄 수 있겠다.
그러나 중·고교로 내려갈수록 운동부에서 빚어지는 폭력의 심각성은 커져 결코 웃어넘길 수 없다. 한 후배는 중학교 때 숙소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는 선배의 엄명으로 자신의 혀로 바닥청소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배는 고등학교 시절 기합을 받던 중‘한 놈만 골라서 때리자’는 선배 때문에 운 나쁜 자신만 쓰러질 때까지 맞았다고 한다. 그 후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훗날 태어날 자식에게는 “절대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동부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다. 그 때문에 럭비선수는 럭비만이 전부이며 농구선수는 농구밖에 없다.
한번은 광화문의 한 아이리쉬 펍(Irish pub)에서 축구하느라 지친 친구에게 술을 산 적이 있다. “먹고 싶은 것 골라봐”그러나 친구는 얼굴이 벌게진 채 아무 것도 고르지 못했다.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던 술집이라 메뉴판에 영어만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만 하던 친구는‘Beer’라는 간단한 영어조차 읽지 못해 내 도움 없이는 주문을 하지 못했다. 
본교 5개 운동부 선수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건물의 이름은 ‘연수관’이다. 연수관 1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시물은 이것이다. “학생선수들이 지켜야할 수칙”
오늘도 학생선수와 선수학생에서 갈등하고 있을 그들. 그들이 갈 길은 정녕 어디인가.

권민정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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