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해 1월부터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의무표시제가 본격 시행된다.

제도 시행에 앞서 일부 대기업에선 이미 실험실을 갖추고 방사선 조사여부를 분석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해 준비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 중엔 (주)농심이 방사선 조사식품을 확인하는 데 가장 많은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 (주)농심에서 방사선 조사 분석을 담당하는 김병근 대리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몇 백에서 몇 천 개의 원료가 투입된다”며 “수입된 원료를 철저히 검수하기 위해 방사선 조사 분석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사선 조사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력이 완벽하지 않아 제도 시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방사선 조사식품을 확인하는 방법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나 식품공전에 규격화돼 있다. 하지만 식품의 특성에 따라 검사방법을 달리 적용해야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방사선 조사식품을 검지하는 데는 열발광분석장치(TL)와 광자극발광분석장치(PSL)가 주로 이용된다. TL을 통한 방사선 조사 확인법은 금속이나 뼈가 있는 경우에만 측정이 가능하며, PSL을 통한 검지방법은 지방이 변화된 것을 통해 조사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지방함량이 적은 감자나 옥수수 등은 사실상 검지가 어렵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치인 TL장비가 분석할 수 있는 샘플의 양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TL장비 1대가 하루에 수용가능한 샘플의 양은 8개에서 10개 가량이다. 이 때문에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의 방사선 조사여부를 확인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김병근 대리는 “분석기술력과 분석할 수 있는 샘플의 한계로 모든 원료의 방사선 조사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 때문에 방사선 조사원료가 비의도적으로 소량 혼입된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권중호(경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분석방법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방사선 조사원료가 0.1%라도 들어간 제품에 방사선 조사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며 “유전자변형식품(GMO)은 3% 이상 혼입된 경우에만 GMO 표시를 하게 돼 있는 것처럼 방사선 조사식품도 일정 수준 이상이 함유된 제품에만 표시를 하는 등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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