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의 해고 불안이 결국 강의실까지 찾아왔다. 지난달 8일 고려대학교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이유로 이미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끝난 비정규직 강사 75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는 기간제법 제4조 2항에서 규정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한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에 따라 5학기 이상 강의를 했던 시간강사들이 ‘정규직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시간강사가 비정규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는 논의를 해보아야겠지만, 기본상식으로도 학문을 배우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까지 경제 리에 따라 연구자를 해고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연구자의 고용불안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학문연구를 본업으로 삼고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다양한 저술과 학술활동을 하는 연구자들을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불안한 고용계약으로 인해 연구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은 결국 수업의 질적인 저하로 이어져 학생들도 피해를 받게 된다.

‘보따리장사’로 불리는 비정규교수의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턱없이 낮은 임금과 기본적인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자부심과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만난다는 즐거움과 열정으로 5학기 이상 본교에서 강의를 해온 비정규교수들에게 학교가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대학의 본질적인 의무를 포기해버린 이번 사태를 공론의 장으로 다시금 끌어온 고대신문의 기획기사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인 무게감에 비해서 다소 가볍게 처리된 것 같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연구자의 고용불안이 가져올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대학원 총학생회나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학우들의 고민을 함께 담았다면 더 완성도 높은 기획기사가 됐을 것 같다. 기사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고려대학교가 연구자의 고용보장에 대해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비정규교수에 대한 해고는 이제 매년 반복될 것이다. 강의실까지 찾아온 해고의 피해자는 해고된 비정규교수가 아니라 △정교수 △학생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내의 모든 구성원임을 학교당국은 알아야 한다. 이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에 대해 학교당국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희망해본다.

조영관(정경대 정외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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