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9·3개각 이후 국회가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18일(금)엔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백 후보자는 지난 1984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조교수로 시작해, 1992년부터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영양학자다. 그는 대한가정학회 회장과 한국영양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영양학계에서 권위자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장에선 ‘왜 영양학자가 여성부 장관을 맡느냐’는 지적부터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논문 실적 부풀리기, 장남의 공익 근무 경위 등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로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많은 비판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여성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청문회에서 백 후보자는 군가산점제나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등 여성계의 굵직한 현안들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아직 업무 파악을 잘 못했으니 취임하면 내용을 더 파악해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보는 이를 황당케 했다. 또한 ‘여성부의 이념적 정책 추진이 문제’라고 한 발언 역시 남녀평등 이념을 근간으로 하는 여성부의 존재 이유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MB정부는 여성부 장관 후보를 내정하는 데 있어 여성 권익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고 관심을 두고 살아왔느냐는 기본적인 요소를 간과했다. 물론 여성부 장관이라고 해서 꼭 여성학을 전공한 사람이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백 후보자가 영양학을 전공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무엇을 전공했든 여성 문제를 항상 눈여겨보고 여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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