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다. 그 다음날 5일엔 김정일 북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무상원조와 대규모 경제협력 약속을 했고 북미 양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한편 지난 7일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8월엔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9월에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북에 파견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현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만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 남북경제공동체 초기 단계 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사문화시키고 '원칙'을 지킨 국가 대 국가 간의 외교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책의 내용이 어떻든 그 당당한 자세가 좋았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하는 외교치곤 건너야 할 다리가 너무 많다. 그 당당했던 자세도 어딜 가고 없다. 주도권은 제 3국에게 잃었다. 중국이 평양에 다녀오면 북한이 아닌 중국에게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미국이 다녀오면 미국에게 묻는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원칙을 지키는 국가 대 국가의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런 비효율적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방향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도 아니다. 정책 시행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다그치기 보단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이미 깨달은 바다. 그러나 박왕자씨 피살사건이나 현대 아산 직원 억류사건을 처리하는 우리정부의 모습은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당당했으나 정작 그 모습을 책임질 만한 배짱도 추진력도 없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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