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해 특목고 입시에 합격했어요. 한의대에 진학하는 게 목표예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국영수 △특목고 △한의대 등의 어휘는 기존 국어사전에 없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위 문장의 뜻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펼치더라도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본교 민족문화연구원(원장=김흥규 교수·문과대 국어국문학과, 이하 민연)은 지난 8일(목)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하 한국어대사전)>을 출간했다. 한국어대사전 편찬의 시작은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본교에 재직 중이던 언어학과 이기용·강범모 교수, 국어국문학과 김흥규·정광 교수가 모여 진행한 코퍼스 언어학 세미나에서 국어사전 편찬계획이 논의된 이후 17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한국어대사전은 1947년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조선말 큰사전> 이후 7번째 대사전이며, 대학에서 편찬된 대사전으로는 최초다. 38만 7000여 개의 표제어가 수록된 한국어대사전의 △표제어추출 △집필 △교정 △감수엔 355명이 참여했으며, 기존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어와 미등재어도 4만개 이상 추가됐다.

한국어대사전, 어떻게 만들어졌나

민연에서 출간한 한국어대사전은 기존 국어사전이 갖는 한계를 보완한 ‘2세대 한국어큰사전’으로, 표제어를 추출하는 방식부터 기존의 방법과 차이가 있다. 과거엔 작은 카드에 표제어를 하나하나 적어 어휘카드를 만들고 가나다 순서에 따라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사전편찬이 이뤄졌다. 반면 민연 사전편찬실에선 언어의 특성과 종류를 고려해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모아 컴퓨터로 디지털화 해 말뭉치(corpus)를 구축했다. 이후엔 말뭉치에 모은 1억 어절 이상의 단어 중 사용빈도가 높은 어휘부터 사전에 등재할 표제어를 선택했다. 김흥규 원장은 “△신문 △일기 △수필 △어린이의 글 △전자제품 사용설명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균형있게 뽑아 말뭉치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인 △수집 △분석 △확인을 통해 기존 사전에 누락된 단어와 사회변화 과정에서 생긴 신어 4만여 개를 추가했다. 종래의 국어사전은 수십, 수백 명의 편찬자들의 언어지식을 바탕으로 표제어를 추출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임에도 기존의 국어사전에서 누락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름다움 △호빵 △식습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어휘에 새로운 용법·의미가 더해진 경우도 사전에 반영했다. 김 원장은 “어느 때부터인가 소주 한 잔 ‘때린다’는 말이 생겼고, 오늘은 내가 ‘쏜다’는 말도 통용되고 있는데 기존 사전에선 이런 용법을 찾을 수 없었다”며 “한국어대사전에선 현재 사용되는 어휘의 모든 뜻과 용법을 수록하기 위해 오랜시간에 걸쳐 많은 텍스트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신어 추가과정에선 신어와 유행어와의 변별에 주의를 기울였다. 민연 사전편찬실 도원영 연구교수는 “신어와 유행어를 구별해 어휘의 지속성과 사회적 분포가 인정된 경우에만 사전에 등재했다”며 “2002년 유행어였던 ‘꽃미남’이란 단어는 당시에만 쓰이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2003년엔 표제어로 선정하지 않았으나 이후 꾸준히 언론과 일상에서 쓰여 2004년 표제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한국어대사전의 특징이다. 기존의 국어사전에선 ‘-하다, -되다’ 등의 파생어를 찾으면 해당 어휘의 어근을 다시 찾아 뜻을 확인해야 했다. 가령 ‘울퉁불퉁하다’를 찾으면 ‘울퉁불퉁’의 뜻풀이를 참고하라고만 표시돼 있었다. 피동사나 사동사도 마찬가지다. 기존엔 ‘보이다’를 찾으면 ‘보다’의 피동사라고만 적혀있어 사전을 찾는 사람이 ‘보다’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러나 한국어대사전엔 각 파생어의 다양한 의미 차이가 최대한 드러날 수 있도록 실제로 쓰이는 동사의 모든 형태에 뜻풀이를 수록했다. 또한 △맞춤법 △어원 △혼동되는 말 등 2200여 개의 표제어에 심화정보를 수록해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30만여 개의 실제 용례를 실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사전 연구

한국어대사전은 현대 한국어를 수록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현재 사용되지 않는 옛말의 형태나 북한어는 빠져있다. 현재 사용되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말뭉치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즁생’을 찾으면 ‘짐승’의 옛말이라고 표현돼 있으나 한국어대사전에선 현재 사용되지 않는 단어라 판단해 ‘즁생’을 표제어로 선정하지 않았다. 남한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북한어도 같은 이유로 표제어선정에서 제외했다. 민연 측은 앞으로 옛말의 정확한 정보와 북한어 수록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마련되면 개정판에 현재 빠진 어휘를 추가할 의사가 있다고 시사했다.

또한 한국어대사전을 종이사전 이외에 전자사전과 웹의 형태로 보급하는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본래 한국어대사전도 다른 사전들처럼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려 했으나 현실적인 상황이 맞지 않아 민연 자체적으로 1000권만 한정판으로 찍어냈다. 전자사전이 널리 이용됨에 따라 종이책 사전의 비중이 줄어 수익성을 장담하지 못해 출판사들이 국어사전 출간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도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종이사전보다는 전자사전이나 웹의 형태로 보급하는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기존 종이사전의 개정주기가 10년 남짓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매체의 성격이 변화되면 개정주기를 1년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본교 이외에 국어사전 편찬을 진행하는 대학은 연세대 뿐이다. 연세대는 지난 1998년 표제어 5만여 개 정도의 <연세 한국어사전>을 펴낸바 있다. 다음해 가을엔 표제어 12만 여개 정도의 사전을 온라인을 통해 공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부원장 유현정 교수는 “먼저 온라인을 통해 사전을 오픈한 뒤 2~3년간의 개정작업을 거쳐 종이사전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라며 “기존 사전은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한 ‘이해사전’이었는데 우리는 말이나 글을 쓰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표현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본교 한국어대사전 편찬에 대해 김흥규 원장은 “국어사전 편찬은 학문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대학기관이 사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사전편찬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대사전 들여다보기>

얼짱〔±얼+짱〕(명사) 얼굴 생김새가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최근 얼짱 출신의 연예인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캠퍼스 커플〔(英) campus couple〕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서로 사귀는 한 쌍의 남녀.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였다. (유의어) 시시4(CC).

꽃미남〔+꽃+美男〕[꼰--] (명사) 얼굴이 예쁘고 곱상하게 생긴 남자를 통상적으로 이르는 말. ¶꽃미남 배우 / 은희는 꽃미남인 규철이가 왜 못생긴 수정이를 좋아하냐며 질투를 했다.

스팸메일〔(英) spam mail〕(명사) 전산·다수의 통신 사용자에게 대량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성 전자 우편. ¶새로 온 메일의 거의 대부분이 스팸 메일이어서 매번 삭제하기가 번거롭다.

사발면〔+ (國) 沙鉢+麵〕(명사) 사발 모양의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즉석 라면. ¶수해로 가재도구를 모두 잃은 수재민들은 인근 학교 교실에서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유의어) 컵라면(cup--).

<새롭게 등재된 표제어>

검은띠, 호빵, 딩동댕, 팥빙수, 사나이답다, 뒷담화, 시끌버끌하다, 신통찮다, 아싸, 어물쩡대다, 얼어죽다, 성장판, 순애보, 여리여리하다, 흑염소, 오물조물, 양념치킨, 성질머리, 왕자병, 군필자, 놀토, 왜냐면, 용케, 울그락불그락, 교통카드, 짜맞추다, 빈집털이, 음주가무, 신김치, 손글씨, 아름다움, 주눅들다, 악플, 떼부자, 기러기아빠, 네티켓, 덮어쓰기, 롱다리, 얼짱, 속쓰림, 새터, 가시오가피, 철밥통, 서리태, 빡세다, 얄짤없다, 상조회, 삥뜯다, 삑사리, 통굽, 콩쥐, 팥쥐, 빵야, 속닥하다, 손뼘, 애엄마, 얀마, 입맞추다, 탱자탱자, 털붕숭이, 패대기, 간판급, 금고털이, 당연직, 깡촌, 도로아미타불, 독서 삼매경, 독수리 타법, 되갚다, 삭발식, 생명줄, 속물스럽다, 맨얼굴, 승부사, 신내림, 안면몰수, 알뜰시장, 양심껏, 여차저차하다, 원껏, 의붓형제, 재롱잔치, 진검승부, 놀이공원, 오남용, 운수대통, 황금 비율, 결승골, 가정 통신문, 국영수, 구제불능, 입시지옥, 내신 성적, 등하굣길, 수련회, 따따불, 간경화, 감기몸살, 남방 한계선, 유전무죄, 술상무, 고단백, 국간장, 단란주점, 사철탕, 식이 섬유, 견과류, 불량식품, 실거래가, 정리해고, 청순미, 환영식, 신통찮다, 천사표, 신세한탄, 기획사, 생중계, 체지방, 수행평가, 대안학교, 공인 인증서, 바탕 화면, 꽃미남, 생얼, 성인용품, 요요현상, 강박증, 생활 쓰레기, 납골묘, 금연초, 식습관, 몸짱, 가혹행위, 강퇴, 성전환자, 비호감, 용역업체, 상장사, 소액권, 급발진, 연겨자, 청양고추, 김치만두, 꽃빵, 빙과류, 사발면, 업진살, 암반수, 영양탕, 황혼 이혼, 출구조사, 입시철, 외고, 특목고, 잔치국수, 시청각실, 얼음땡, 품띠, 현상수배, 생계형, 공중파, 국공채, 청춘물, 시간제, 눈화장, 뿔테안경, 속쌍꺼풀, 극세사, 삼파장, 신품종, 원형동물, 위족류, 진앙지, 탐사선, 와불, 우담바라, 창조론, 걸작품, 관현악곡, 색상표, 감청색, 서화전, 선홍빛, 성악도, 조형물, 특별전, 국보급, 역술원, 역술인, 풍물패, 한옥집, 활솜씨, 골계미, 서사성, 소설집, 수미상관, 연작시, 환상 문학, 비토권, 연월차, 저작료, 채권단, 합의문, 껌값, 비석치기, 빠르기, 사대조, 사등분, 새우눈, 색색깔, 서무과, 서양란, 소견서, 소장학자, 수제화, 숙식비, 숫자열, 숫자판, 시골길, 시장통, 신사화, 신호음, 쌍란, 악어새, 영장류, 영향권, 예약석, 오광, 완성본, 우수상, 원리주의자, 원수지간, 원칙주의, 이잣돈, 점토판, 지구인, 집중도, 초강수, 초치기, 최신호, 핵심어, 봉고, 난리부르스, 데자뷰, 빌딩숲, 야자타임, 젠틀맨, 고데기, 숏다리, 조깅화, 오버하다, 섬싱, 빅뱅, 심야버스, 에로물, 스킨스쿠버, 캠퍼스 커플, 웨딩마치, 열성팬, 서클렌즈, 넷맹, 배너 광고, 스팸 메일, 악성 코드, 아바타, 도촬, 디카, 리필, 셀카, 코스프레, 컬러링, 임플란트, 립서비스, 부가 서비스, 쓰나미, 뉴타운, 싱글맘, 커밍아웃, 인턴십, 알바생, 프로게이머, 엔고, 간선 버스, 감자칩, 이온음료, 고정팬,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코패스, 커플 매니저, 네일 아트, 가글, 가타카나, 히라가나, 히스패닉, 스캔, 스펙, 야콘, 엘피, 원스톱, 골때리다, 좀비, 팜므파탈, 팩션, 포스트잇, 프라모델, 프로급, 필터링, 바리스타, 세팅기, 스킨, 아웃렛, 쫄티, 애로점, 뚱땡이, 얄짤없다, 카드키, 파리목숨, 생수통, 오에스티, 띨띨하다, 억순이, 띨빵하다, 스토리보드, 개척교회 등 4만여 어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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