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이 있었고, 3학년 때 6·3사태(1964년 6월 3일 박정희 前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여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진압한 사건)가 있었다. 혼란스러운 정치 환경 때문에 그 때는 지금처럼 수업이 착실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휴강도 많았다. 어떤 과목은 한 학기에 서너 시간만 수업을 하고 종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방학은 여가의 시간이 아닌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방학 중에 대학생은 더 바빴다. 그때는 지금처럼 아르바이트가 다양하지 못해서 시간제나 입주 가정교사를 많이 했다. 나의 경우에는 서울 근교에 있는 왕릉을 다니면서 평면도를 작성하는 작업에 동원되기도 했다. 그 당시 여학생들은 아주 소수였는데 남자는 집안이 경제적으로 곤란해도 대학을 억지로 보냈지만 여자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만 대학을 보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은 극히 드물었고 방학 때도 여학생들은 주로 집에서 문학 작품을 많이 읽었다.

지금 나에게 방학이 주어진다면 국내로든 해외로든 여행을 가고 싶다. 당시에도 무전여행이라는 것이 있긴 했지만, 사회 분위기 상 여행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몇몇 학생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여행은 눈으로 얻는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몸과 정신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을 성숙시키며 경험과 많은 사람과의 만남, 대화를 통해 사회생활을 터득할 수 있다. 캠퍼스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일부분이다. 모자란 것을 메우고 보완하기 위한 시간으로 방학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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