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부터 9월 12일까지
정기전 당일 목동에서 열리는 아이스 쇼 관계로 다른 때보다 정기전 당일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시작했다. 9월 8일 화요일부터 목동 근처 호텔에 머물며 목동 링크장 적응 훈련을 가졌다. 정기전 직전까지 120%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만 경기 당일 70~80%까지의 실력을 보여준다는 통설 때문이다. 경기 당일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주장 김혁(체교 06)과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호택(체교 06)과 한승배(체교 09)였다.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나섰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 윤지만(09학번)의 일격에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경기장에서 지켜본 강태우(체교 07)는 “실점 후 우리학교가 초조해져서 미스가 많이 생겼다”며 “3년 이래 최대로 많이 찾아 주신 우리학교 학우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경기 후 라커룸에선 울음이 가득했다.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자책감에서 나온 눈물이었다. 빅터 리 감독은 선수들을 추스르며 “몸과 마음이 힘들고 피곤하니까 술은 자제하며 푹 쉬자”라는 말과 함께 다음을 기약했다고 한다. 다음날 잠실종합주경기장을 찾은 선수들은 동료 럭비, 축구 선수들의 활약을 함께 응원하며 내년 정기전 승리에 대한 열망을 다시 지피기 시작했다.

지켜지지 못한 빅터 리 감독의 3년의 약속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가 내가 부임한지 3년째 되는 해다. 이번 정기전을 꼭 승리로 이끌겠다”라는 취임사를 밝혔던 빅터 리 감독도 결국 정기전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팽팽하던 승부 속에 3피리어드에만 3골을 허용하며 2-4로 패배했다. 1피리어드는 정기전에 걸맞게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양 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다리던 선제골은 우리학교가 먼저 기록했다. 2피리어드 5분 연세대 골리 박성제(연세대 07)의 몸을 맞고 나온 퍽을 윤상혁(체교 07)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앞서 나갔다. 전광판에는 윤상혁의 골로 나왔지만 하지만 그 골의 진짜 주인은 한승배였다고. 어쩌면 연세대 골리의 자책골일지도 모른다는 선수들도 알 수 없는 첫 골의 미스테리이다. 어찌됐던 8분 후 연세대의 새내기 윤지만에게 벼락같은 중거리 슛이 골망을 흔들며 1-1 동점이 됐다. 이때부터 주도권은 연세대에게 넘어갔다. 3피리어드 연세대는 3골을 몰아 넣으며, 신상우가 1골을 추가하는 데 그친 우리학교에게 13년 연속 정기전 무승이라는 안타까운 기록을 이어가게 했다.

골리의 눈물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골리 이원(체교 06)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원에게 이번 정기전은 다른 어느 선수보다 의미가 컸다. 이원은 자신보다 1년 선배인 김유신(체교 05, 하이원)의 출중한 실력에 가려 지난 3년 동안 정기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자신의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정기전이었다. 주변의 기대가 컸던 만큼 패배의 아픔 또한 컸다. 경기가 끝나 라커룸에서도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이었다. 비록 경기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골리의 모습은 아이스하키를 응원하기 위해 목동까지 찾아 온 많은 학우들에게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윤지만의 한방
U-19 세계 대회에서 베스트 6에 뽑힌 바 있는 연세대의 새내기 윤지만의 결정적인 중거리 슛이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연세대는 선제골을 빼앗긴 경기 흐름 상 우리학교의 공세에 밀려 12년 간 쌓아 올린 선배들의 공든 탑이 하마터면 무너져 내릴 뻔했다. 윤지만은 0-1로 뒤쳐진 지 8분만에 예측하지 못한 동점 중거리 슛을 쏘아 올리며 경기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켰다. 경기 후 골리 이원의 눈물은 그 골을 막지 못한 자책감과 아쉬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중거리 슛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우리학교는 추가골을 향한 공세를 마음껏 펼치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평소보다 한발 더 나와 움직이며 밀착 수비를 해야만 했다. 중거리 슛으로 추가골을 허용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경기장을 넓게 사용한 연세대 선수들에 비해 우리학교 선수들의 체력은 급격히 저하되어 경기 후반에는 연세대의 빠른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학교의 승리는 점차 멀어져만 갔다. 그 시작은 윤지만이었다.

박성제의 벽
우리학교 응원단 근처에서 경기를 보았다면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슛!'과 '아~'라는 탄식이었다. 그만큼 고려대의 공격이 활발했고 그 기대에 대한 함성을 안타까운 탄식으로 바꿔낸 선수는 바로 연세대의 주전 골리인 박성제(07학번)인 셈이었다. 단, 한 번도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박성제의 모습은 너무나 높아 보였다. 뛰어 넘어야 할 절대무적의 ‘최종 보스’이자 ‘벽’ 그 자체였다. 너무나 침착하게 때론 여유롭게 퍽을 막아내고 있었다. 들어간 두 골도 슛을 막고 혼전 중 튀어 나온 2차 과정에서 나온 터라, ‘과연 저 선수에게 한 번에 슛으로 골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골대 앞 경합 과정에선 어김 없이 몸을 날려 퍽을 키핑(Keeping) 해내는 모습 속에서 노련함이 돋보였다.

무뎠던 창 끝
정기전에 앞서 펼쳐졌던 몇 차례 평가전에서 우리학교의 공격의 핵이었던 김형준(체교 06)과 새내기 공격수 신형윤(체교 09)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개인기를 보여주며 많은 골을 기록했다. 이들은 정기전의 승리를 위한 최고의 필승 공격 조합이자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정기전에서 김형준은 연세대 수비진의 단단한 벽에 막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그의 개인기를 보여주지 못하며 찬스를 얻어내지 못했다. 신형윤은 첫 번째 정기전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연습경기에서 보여줬던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다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신상우(체교 06)는 저돌적인 몸싸움을 바탕으로 연세대 수비를 여러 차례 돌파하는 움직임을 보여줬으나 연세대의 타이트한 수비에 막히며 그가 만들어낸 공격찬스를 살릴 수 없었다. SPORTS KU 기자들 사이에서 아이스하키부의 C.Ronald로 불리던 한호택은 정기전 직전 부상으로 진통제를 맞고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악몽 같은 이름 '김동연'
작년 정기전이었다. 2피리어드 신상우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12년 무 승의 저주가 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기는 김동연(연세대 07)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패의 저주는 이어졌다. 복수의 그날까지 기다려온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9년 정기전, 안암골 호랑이들은 13년의 한을 풀기 위해 나섰지만 또 다시 김동연에게 3피리어드에 2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동연은 2골 1어시스트 등 총 3포인트를 기록하며 호랑이 킬러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렸다. 이 선수, 2010년 4학년으로 나서는 마지막 정기전에서도 우리학교에 또 다시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지 다가오는 10월 대회에서부터 차근차근 해결책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김혁의 투혼
9월 4일 벌어진 와세다와의 교류 4차전에서 김혁은 얼마 남지 않은 정기전을 앞두고 지난해에 다쳤던 내측인대파열 부상이 재발했다. 수비의 중심을 이끌었던 김혁의 부상 재발은 정기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우리 학교의 수비진에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김혁은 팀의 캡틴이자 4학년으로써 마지막 정기전이었기에 정상적인 몸이 아님에도 진통제 주사를 맞으며 정기전에 나섰다. 전날까지 무릎에 심한 통증이 있어 걱정이 많았지만, 당일 무릎에 통증이 다소 줄어 경기에 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간의 남은 통증은 경기 중 평소와 같이 빠르게 스케이팅하는 데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부상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캡틴으로서 팀의 동료들을 독려하며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남겨진 숙제는
12년이라는 역사에 1이 더해졌다. 내년 정기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격의 주축이었던 김형준-신상우-한호택(체교 06)과 수비를 이끌던 김혁-임지민(체교 06), 골리 이원(체교 06)의 졸업으로 우리학교의 전력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치고 고려대의 안타까운 기록을 깨기 위해 지도자로 초빙되어 온 빅터 리. 그가 온지도 어느덧 3년의 시간이 지났다. 빅터 리 감독이 정기전의 패배를 추스르며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대회, 더 나아가 팀의 주축인 4학년의 졸업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어떻게 추스르며 팀을 재정비 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싸움의 진실
2피리어드가 진행되는 중 우리학교 선수와 연세대 선수들간의 주먹다짐(?)이 펼쳐졌다. 그 싸움의 내막은 무엇일까. 아이스하키에선 골리가 공을 잡는 순간 모든 플레이는 중단되어야 한다. 싸움의 당사자인 김혁에게 그 내막을 물어보니 “연세대 선수가 계속해서 골대 앞에서 퍽과 상관 없이 밀치고 머리를 눌렀다”고 한다. 전에도 몇 번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이를 참다 못한 우리 팀 주장 김혁과 부주장 김우영(체교 07)이 나선 것이었다. 심한 몸싸움은 아니었고 이런 싸움은 아이스하키 경기 중에서 왕왕 일어나는 법이다. 싸움의 주축 당사자였던 김혁과 윤지만은 심판에게 마이너 2분 퇴장 징계를 받았다.

양대산맥
우리학교와 연세대는 틀림없는 한국 아이스하키 계를 이끄는 양대 산맥이자 라이벌이다. 이번 정기전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로 연세대는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우리학교도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며 좋은 경기 내용을 펼쳤으나, 연세대는 다시 한 번 한 단계 더 도망간 상태였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는 양 팀의 끊임 없는 노력 속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계의 성장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가려는 자’와 ‘최강을 수성하려는 자’가 펼치는 양 교의 라이벌전. 목동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과 푸른 '파도'의 정기전 축제는 이렇게 끝났지만 올해 한국 아이스하키의 시즌의 개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시 만날 10월 유한철배 대회에선 양 교는 어떤 새로운 강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하얀색 유니폼
작년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신 학우들이라면 한번쯤 의아해 했을 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아무튼 왜 유니폼이 빨간색이 아니고 하얀색이었을까? 실제로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4개 운동부 모두 짙은 크림슨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우리 아이스하키부의 체격이 연세대보다 평균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시각적으로 좀 더 몸을 크게 보이기 위해 하얀색 유니폼을 선택했다고 한다. 물론 감독과 선수 모두의 협의 하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우리학교가 늘 크림슨색 유니폼만을 입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6년 정기전에서도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올해와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