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 나선 LG트윈스 신임감독 박종훈
새로운 도전에 나선 LG트윈스 신임감독 박종훈
  • 김명선 기자
  • 승인 2009.10.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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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3년 연속 PS 진출의 숨은 공신, 박종훈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를 한 마디로 표현할 때 흔히 ‘화수분 시스템’이라 부른다. 외부 FA 영입 없이 자체 팜(farm) 속의 ‘원석’같던 유망주를 잘 세공하여 아름다운 ‘보석’으로 내놓는다. 늘 새로운 얼굴들을 만들어내는 그 숙련된 장인들의 중심에는 바로 1983년 프로야구 초대 신인왕을 수상한 신임 LG 트윈스 감독 박종훈(경영 78)이 있었다.

9월 24일 이천에서 진행된 인터뷰, 불과 신임 LG 트윈스 감독으로 공식 발표되기 3일 전의 일이다. 사진 속의 새하얀 두산 유니폼이 세월이 흐를수록 어색하게 느껴질지라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두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대화 내내 묻어 있었다. 취임 날(27일) 아침까지도 이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떠났다. 이제는 LG라는 새로운 둥지로 도전을 떠난 박종훈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
78학번에는 유난히 프로에 속해 있는 지도자가 많다.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경영 78) 감독은 박종훈 감독과 같은 78학번 동기이다. 이 외에도 우리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올 시즌 돌풍의 주인공인 KIA 조범현 감독, 김성한 前 KIA 감독, 이만수 SK 수석코치 등이 있다. 78학번이 프로야구 지도자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유를 묻자, 박 감독은 “우리 때는 선수 층이 굉장히 얇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더 노력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창시절 두산 1군 감독인 김경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학교 야구부 시절부터 박 감독이 평가하길 “그 당시부터 감독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까지도 잘 관리하는 선수였다는 뜻이다. 또한 올해 정기전 승리를 이끈 우리학교 양승호(사회 79) 감독은 박종훈 감독의 신일고-고려대 1년 후배다. 양 감독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땐 체구가 작았지만, 굉장히 영리한 후배였다”고 밝혔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정기전. 사학의 맞수. 우리학교와 연세대가 가진 정기전. ‘건곤일척’은 승패(勝敗)와 흥망(興亡)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승부를 뜻한다. 두산 2군은 정기전을 앞두고 우리학교와 연세대와 연습 경기를 자주 가졌다. 두 팀을 다 겪어 본 박 감독의 정기전 예상을 들어 보았다. “연세대가 더 강해 보였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연습 경기에 시간 차는 있었지만, 연세대의 공격력과 팀 조직력이 더 짜임새 있어 보였다. 덧붙이자면 소문으로만 들었던 나성범의 구위는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비력에 있어 우리학교가 앞섰고 많은 관중 앞에서 열리는 정기전인만큼 정신적인 측면에서 “양 감독의 경기 운용이 빛났던 경기였다”고 말한다. 유망주를 잘 키워내는 자질을 갖고 있는 만큼 연습 경기 도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는지 넌지시 물었다. 박 감독은 우리학교 박세혁(체교 08)과 연세대 유민상(08학번)을 지목했다. “두 선수 모두 컨택 능력에 있어서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는 박 감독의 평가였다. 지목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두 前 야구선수들의 아들이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최근 야구계에선 부자(父子) 야구선수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박 감독의 아들 또한 프로야구 선수이다. 바로 2006년 SK의 지명을 받고 현재 군복무를 위해 2007년부터 상무야구단에서 뛰고 있는 박윤 선수다. 자신이 힘들게 운동해 온 만큼 아들이 야구하는 것을 반대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이 워낙 야구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어 보여 끝내 주장을 굽힐 수 없었다고 한다. 어느덧 프로야구선수가 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나막신과 소금장수같은 관계”라는 한마디로 함축했다. “우리 팀도 성적이 나와야 하고 상대 팀에 있는 아들도 안타를 쳐야 하니 조금 힘든 점은 있다”며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편으론 야구라는 공통 화제가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대화도 많아지면서 화목하게 지낸 것 같다”고 말한다. 박윤 선수 또한 아버지가 선수 시절 뛰던 포지션인 외야수를 맡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그는 우리학교에 대한 야구 이외에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묻자 “전혀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 이유는 “우리 땐 안암에 있는 야구장에서 훈련만 했다. 그래서 캠퍼스 생활을 전혀 즐기지 못했다”고 말한다. 캠퍼스 생활에 대한 로망(?) 때문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하지 않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을 터. 결국 남들보다 1년 늦게 83년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하게 됐다. 프로야구는 82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첫 신인왕 수상은 1983년부터였다. 최초 신인왕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그 때 소감을 묻자 “처음엔 너무나 행복했다. 야구하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보다 성적이 좋았던 (장)효조 선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프로에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간 덕에 프로야구 최초 신인왕을 수상하는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박 감독이 2006년 두산 2군으로 부임한 후 두산은 빠른 속도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손시헌, 김현수와 같은 신고 선수 성공 스토리부터 국가대표의 주축이 된 이종욱, 고영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천 베어스 필드를 거친 선수들이다. 그 비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김경문 감독과의 의사소통’을 꼽았다. 아무래도 두 감독은 대학 동기이다 보니 “경기가 끝난 후 허물없이 평가하고 대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인 선수를 볼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점은 바로 ‘박력’이라고 한다. 박 감독은 남들보다 프로에 늦게 들어간 터. 뒤쳐진 만큼 오로지 야구 이외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의 신인 시절 경험을 살려 지도자 생활에 응용하고 있다. 그는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일지라도 ‘박력’있게 노력하는 선수는 결국 성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한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생활에도 적용된다. 처음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박력’있게 노력한다면 여러분들도 사회에서 신인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 학우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명과정시(明果正始)
‘분명한 결과에 정확한 시작점 있다’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이다. 박종훈 감독은 자신의 야구철학을 숨김 없이 밝혔다. 정확한 시작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박 감독에겐 분명한 결과가 뒤따라오지 않을까. 오랜 코치 생활과 2군 감독 생활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1군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오직 8명만이 가질 수 있다는 '프로야구 1군 감독'이다.

1군 감독이 된다면 어떤 팀을 구상하고 있냐고 묻자 “8개 구단은 각각 팀의 색깔이 있다”며 “흔히 말하는 스몰볼이나 빅볼도 한 두 개의 미묘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최근에는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모든 것이 뒤섞여 있다. 야구는 결국 하나”라며 "용어 차이는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기자들이 생산해내는 것이고 야구는 결국 궁극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모든 야구 방식의 목적은 결국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팀의 확실한 경로(routine)를 세워 그대로 진행시켜나간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훈 감독에게 어떤 감독 철학을 가지고 있냐고 묻자 “팀을 구성하고, 관리하고, 경기를 관리하는 세 가지 역할”을 말했다. 팀을 구성(Team-Structure)하는 것에 기본 바탕은 선수들의 노력이다.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선수층을 두껍게 가져 가는 것이다. 그 다음 두 번째 일은 팀의 전체적인 관리(Team-management)다. LG는 선후배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확히 판단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기 관리(Game-management)다. LG는 신바람 야구, 자율 야구로 대변되고, 두산은 발야구, Hustle이라는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LG도 이제 ‘발야구’로 팀 컬러가 바뀌게 되는 것일까. 박 감독은 “팀의 색깔은 내 맘대로 바꿔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산은 발 빠른 선수가 많았던 만큼 “최대한 팀의 장점을 살린 것”이라며 “스카우트해 온 선수들의 개개인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LG는 어떤 색을 가지게 될 것인가. “특별한 변화나 나만의 야구를 고집하겠다고 억누르지 않겠다”며 “팀이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한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아들 운동선수로 키우기
박종훈 감독은 “다시 아들을 생산(?!)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대 없이 운동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스포츠가 국민들의 공통적 대화 요소가 되었다.
2. 스포츠맨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3. 경제적인 대우가 좋아졌다.
4. 어느 분야던 경쟁에서 뚫는 자는 소수이다.

고파스 Q&A
두산은 뛰어난 야수 신인이 발굴되는 것에 비해 투수는 빛을 못 보는 이유는 뭔가요. (고파스, 맨인더아레나)
박) 투수에겐 개인적인 스트레스나 부상으로 인한 멘탈적인 면이 가장 큰 요소야. 무엇보다 투수는 오냐오냐 큰 면이 있어서 프로와 아마의 벽을 뛰어 넘는 ‘박력’이 부족한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정기전 경기가 있나요. (고파스, Base & Basket)
박) 2학년 때 우리 팀은 양상문, 연세대는 최동원이 맞대결을 펼쳤어. 내가 최동원을 상대로 결승 투런을 쳐서 3-1로 이겼지.

두산이 유독 한국시리즈에 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파스, 맨인더아레나)
박) 1위가 아니면 우승하기 힘든 시스템이야. 실제로 2001년 두산 우승 이후론 모조리 1위팀이 우승하고 있지.

1군 감독이 된다면 어떤 팀컬러와 야구관을 보여주실건가요. (고파스, 냐냐냥곰)
박) 팀이 가지고 있는 색깔대로만 굴러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봐. 억지로 누르거나 변화를 강요하면 불분명한 색깔로 변질될 뿐이야. 감독이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을 구성하고 관리하고, 경기를 관리하는 것이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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