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5살, 면접한번 통과하지 못한 만년백수. 부모님은 나를 ‘학생일 땐 봐줄만 했지만 나이 먹고 밥이나 축내는 존재’로 생각한다. 이럴 거면 나도 친구들처럼 고시준비를 하든지 휴학을 하든지 해서 학생으로 있을 걸 그랬다.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방바닥에 엎드려 자기소개서를 쓴다. 암만 취직할 곳을 찾아내어 달려가 면접을 봐도 도무지 답이 없다. 취직은 학교 26년을 더 다녀야 될 것 같다. 
                                                                              인터넷 소설 <내가 그렇지 뭐> 中

청년실업 100만 시대
청년실업이 증가하며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청년실업률(15~29세 기준)은 8.0%로 OECD 평균 청년실업률인 13.3%보다 양호했다. 이는 △호주(15~24세 기준, 10.8%) △영국(16~24세 기준, 11.8%) △미국(16~24세 기준, 11.3%)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의 고용상태는 양호한 편이 아니다. 2005년 한국의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48.8%로 △호주(71.3%) △영국(66.7%) △미국(60.8%)보다 현저히 낮으며 최근에도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청년센터 위원장은 “통계대로라면 약 35만 명이 청년실업자지만 이 숫자와 함께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약 50만 명의 청년 취업준비생 △약 25만 명의 구직방랑자 수를 합해 100만 명이 넘어간다”며 “청년실업 100만 시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라 설명했다.

실업률보다 고용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지표는 고용률이다. 지난 1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대 고용률은 57.4%로 1999년 취업자 기준이 바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와 비교해 10~15%포인트 정도 낮은 수치다.
본지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본교 3~4학년 학생 34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본교생 역시 87.9%가 우리나라 대학생 전반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여겼으며 ‘고대생’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여긴 학생도 55.7%에 달했다.

고대생을 향한 사회적 기대
본교 3~4학년 학생 중 진로를 결정한 학생은 75.7%였다. 그렇다면 진로를 결정하는데 주변의 기대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진로를 결정하는데 주변의 기대가 작용했다’고 답한 학생은 62.9%였고, ‘고대생이기 때문에 직업결정을 할 때 주변 시선을 신경쓰게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86.5%에 달했다. 이러한 기대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학생도 64.4%였다. 3학년인 정통대의 정 모 씨는 “특히 부모님과 형제·친척들의 기대 때문에 눈치가 보이고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위원장은 “청년들이 가정이나 학교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고 이러한 교육을 행했던 부모나 주변의 요구사항도 현저히 높기 때문”이라 말했다.

자신 스스로와 주변의 기대치가 높은 학생들에게 ‘스펙’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선결조건이 됐다. 본교생 중에선 94.5%의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데 ‘스펙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70.7%의 학생들이 현재 자신의 스펙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사회 분위기에 대해 ‘대학생들의 스펙 집착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한 학생은 95.4%에 이르렀다. 송가연(문과대 노문07) 씨는 “이미 취직한 선배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스펙은 갖춰져야 취직이 가능하다고 말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스펙을 무조건적으로 채우는 것 같다”며 “스펙이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에 대응하는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청년들이여, 눈을 낮춰라?
사회에선 청년실업자들에게 ‘취업하고 싶다면 눈을 낮추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은 지원자 중 90% 정도를 고용하는 높은 고용흡수율을 보이지만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경기 지역 소재 중소기업 300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 인력이 ‘적정’이라고 답한 79.7%의 기업체가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고용의사와 달리 본교생 중에는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하는 학생이 많았다. 안암캠퍼스 응답자 중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취직할 의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갈 의사가 없다’고 답한 학생은 52.9%로 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학생들 중 38.8%의 학생들은 ‘오랫동안 취업하지 못할 경우에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직종에는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승호 위원장은 “사회 전체적으로 대기업과 생산성 위주인 산업정책이 펼쳐지다 보니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듯 ‘오랫동안 취업하지 못할 경우에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직종에 취업할 의사가 없다’는 학생들 중 63.3%의 학생들이 ‘인지도가 떨어지는 직종은 장래에 발전가능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을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선 20대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주장은 현재의 20대가 처해 있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83%에 달하는 대학진학률과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을 고려했을 때, 현재 한국의 20대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투여한 자본의 양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에 투여되는 학생들의 자본량이 증가한데는 대학이 특성화되지 않고 양적으로 팽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본교 한국사회연구소 데이터분석센터장인 김선업 교수는 “대학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학에 모두 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대학 진학률이 급증했다”며 “미래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 수요 급증을 예상하지 못한 국가의 교육정책이 청년실업을 조장하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