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감지해야만 하는 한국의 현실로 돌아온 지금, 제가 인도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말로 가보고 싶었고, 느끼고 싶었던 인도는 생각보다 무표정이었습니다. 원색의 화려함과 신비함보다는 흙먼지와 쓰레기더미, 크렉션 소리가 뒤얽힌 또 다른 현실.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가슴 속 뜨거움이 사라지기전에 2주간의 행복한 동행을 다시금 글로 새겨놓으려고 합니다. 

현대 기아차에서 후원하는 ‘Happy move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대학생으로서의 첫 방학을 누구보다도 의미 있게 만들어 준 매혹적인 기회였습니다. ‘Happy move'에 지원하려면 자기소개서와 면접, 그리고 500초 스피치를 해야 합니다. 영어 점수 하나 없는데도 구구절절하게 써내려갔던 자기소개서, 양재동에 있는 본사에서 마치 입사시험 보는듯한 기분으로 본 면접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날 아침까지도 자유롭게 주어진  500초 스피치를 정하지 못하여 초조해 하던 기억도 납니다.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고, 그림을 준비해 온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임기응변으로 그날 오전에 봤던 실용영어 말하기 시험을 응용하여 마치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처럼 면접관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었습니다.

한편으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봉사활동을 주관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연의 목적과 상관없이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고자 하는 활동 자체는 환영받아 마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택에서 공항까지 오는 비용과 공항에서 자택으로 돌아가는 비용은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해외봉사활동에 드는 모든 비용은 Happy move 측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돈이 없어 해외봉사를 갈 수 없을 거란 걱정을 해결해 주는 기회였지요.

회사는 인도 현지에서의 봉사활동 외에도 사전에 많은 자리를 마련하여 주었습니다. 명목뿐인 해외봉사가 아니라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해 내고자 하는 열정을 북돋아주었죠. 팀별 MT 기간엔 인도에서 활동할 교육 자료를 만들고 기획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고 또 오리엔테이션 기간도 가졌습니다. 2박 3일의 짧지 않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은 사랑의 집짓기 봉사로 시작됐습니다. 국내에서의 사전 봉사기간동안, 함께하는 사람들과 봉사에 대한, 사랑의 나눔에 대한 많은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도 현지에서 교육총괄을 맡았습니다. 매일 교육시간과 장소의 변동이 심한 인도에서 행사의 장소와 시간을 조율하고, 교육 기획을 총괄하는 일이었죠. 일들은 저에게 정신적, 체력적 노력을 필요로 했지만 저는 ‘지금이 아니라면 얻지 못할 경험’이란 선물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을 하지 못해 아쉬웠던 노력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휑한 땅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을 만들어 주는 일도 힘들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기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우리의 야심작 인도전통 춤 짜이호와 부채춤, 그리고 태권무와 마술, 포크댄스, 차력쇼까지. 매일 밤, 잠을 미루고 연습했던 우리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은 현지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목적에서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만들어 나가면서 우리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 제겐 진한 뿌듯함과 감동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사실 인도에서 돌아온 후 일주일 넘게 식은땀도 나고 설사도 나고 아주 죽을 뻔 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도에 남기고 온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열병일수도 있겠고, 그만큼 인도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40도를 웃돌았던 뜨거운 날씨와, 손으로 쓸어다 입으로 가져가야 했던 익숙지 않은 카레와, 벌레와 함께 자야했던 잠자리와,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물과 전기의 부족함.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했던 어려움이 지나간 지금, 과거가 단순히 미화되기보단 그 힘듦이 다른 누군가의 웃음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돌아오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몽골, 중국, 인도에 이어 브라질까지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 무언가를 향해 끓는 피를 가진 대학생으로써, 이번 방학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 어떠신가요?

·사진/  심여진(사범대 지교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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