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업을 들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고대신문에서 신입모집을 하는 포스터를 봤다. 고대신문이 고대 최고의, 한국 대학 최고의 언론임을 다양한 버전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내 언론, 그리고 대학 언론 중에 최고임을 자부하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인가? 발행부수가 많고, 펴내는 면수가 많은 것으로 그런 것을 가릴 수 있을까?

고대신문이 자부심으로 넘쳐나는 그 자체를 비아냥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고라는 자부심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고대신문이 자신들의 정체성인 ‘대학학보’에 걸맞는 기조·원칙을 가지고 언론활동에 임하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세워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대신문은 원래 그랬던 건지, 아니면 최근에 들어와 유독 그런 것인지 ‘고려대의 학보’라는 정체성을 망각한 채 유난히 ‘중립’에 치중하는 것 같다. 고대신문을 만드는 분들이 중립이란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는 진 알 수 없지만, 중립은 편파의 반대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주장을 왜곡하고 비하하지만 않는다면, 언론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양심으로서의 중립은 그 소임을 다한 것이 아닐까. 그 이후론 언론 스스로가 가진 정체성에 입각하며 무엇을 독자들에게 비중 있게 전달하는 것이 더 유용하며, 사회에 나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고대신문을 읽으면 고려대의 학생들이 만드는 학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정문 앞 재개발 같은 경우엔, 당연히 본교생의 입장에서 이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재개발 이후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고대신문에서 이에 대해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고대신문은 고려대의 학보이며, 또한 고려대 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다. 그런데 독자로서 고대신문을 읽고 느끼는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신문이 쟁점적인 현안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여력이나 의지가 없어서인가, 아니면 이 또한 어떠한 정치적 선택인가.

고대신문의 대답이 전자이든, 후자이든 둘 다 슬픈 결과다. 하지만 전자라면, 현직 기자들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대신문 기자가 단순히 정보 동향보고자가 아니라 좀 더 판단력을 갖춘 지각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껍데기뿐인 자존심이 아니라 그 속에 성찰을 담은 고대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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