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의 나이를 먹은 한 장년의 삶을 돌아보자. 그에겐 찬란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너가 옳다’, ‘역시 넌 정말 잘 하는구나’. 세상이 그의 편이었고 그도 기꺼이 세상의 편에 서고자 했다.

하지만 열심히 달려오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세상이 변해있었다. 그가 사용하기엔 너무 복잡한 IT기기들. TV를 켜면 알 수 없는 유행어들이 빗발치고,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과 웃음 포인트가 맞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는 적잖이 혼란스럽다.

고대신문이 어느덧 62주년을 맞았다. 고대신문도 60대의 장년층이 됐다. 고대신문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고대신문은 대학사회를 넘어 한국사회의 주연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대신문의 논지에 맞장구를 쳤고, 고대신문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얻었다.

고대신문은 그렇게 달려왔다. 계속 하던 대로만 하면 언제나 독자가 우리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대신문 역시 이순의 그 장년처럼,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이 달라져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의 고대신문은 이제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고, 아무도 읽지도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대신문도 지속적인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세계가 변했고, 한국이 변했고, 대학이 변했고, 물론 대학생도 변했다. 고대신문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작업은 변화를 이해하는 것, 특히 ‘대학생’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현실과 그들이 마주한 벽에 대해 고민하면 자연스레 그것이 대학의 목적과 한계로까지 이어질 것이며, 그렇게 넓어진 사유의 폭은 사회 전반에의 문제의식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다. 물론 싸우자는 건 아니다. 다만 고대신문 기자들이 상대를 알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고 주눅 들진 않길 바란다.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부터 살펴봐라. 그가 곧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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