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고 개인의 문제만 신경 쓴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야 할 20대의 보수화·탈정치화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식인, 언론, 정치인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07년 서울지역 7개 대학신문이 실시했던 정치성향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앞질렀다는 소식, 20대의 투표율이 날이 갈수록 하락한다는 통계수치, 촛불시위 등 여러 집회 참여율이 저조한 점 등이 이러한 우려의 근거다. 지난여름엔 ‘이제 너희는 뭘 해도 안 된다’는 김용민 한양대 교수의 ‘20대 포기론’까지 등장하며 우려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학생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모습이 만든 ‘대학생은 진보·혁신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 때문에 20대가 전에 없던 비판을 받게 됐다고 말한다. 과거 군사정권에 저항했던 대학생과 다르게 오늘날 대학생들은 개인의 문제에만 목을 매는 모습을 보였고, 이런 차이가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김선업 한국사회연구소 연구 교수는 “진보·혁신적이라는 과거 대학생의 이미지로 인해 20대는 줄곧 ‘사회 개혁의 주체’라는 사회의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대학생들이 그러한 기대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어떻게 변했나

지금의 20대는 ‘개인주의적’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박길성(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20대는 제도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단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자신이 속하지 않은 문제는 차후로 미루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향은 20대의 탈정치화와 뚜렷한 색깔이 없는 정치색을 야기했다.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학점과 스펙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대학생이 늘어났으며 다른 사회구성원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졌다.

20대는 개인주의의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책임을 질 줄 알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면이 있는 반면, 자기 앞의 이익만 보고 연대의식이 부족한 면도 있다. <대한민국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의 저자 조성주 씨는 “20대는 권위주의와 지역주의를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 맺음에 익숙하고 소통과 논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며 “이런 20대의 긍정적인 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길성 교수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만 바라보고 공공선,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적인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 변했나

20대의 변화의 바탕엔 △신자유주의 △시장주의 △극단적인 경쟁체제 로의 사회변화가 있다. 박길성 교수는 이러한 사회변화가 20대를 자연스레 개인적으로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회의 변화는 △등록금 상승 △청년실업 △과도한 경쟁 등의 문제를 일으켰고, 이는 20대의 생존을 위협했다. 조성주 씨는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며 대학을 졸업하면 20대는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를 마주한다”며 “이런 끝없는 고통의 원인이 사회 구조 자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저항할 대상을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20대들의 고민을 제도적으로 도와줘야할 정치권은 지난 10여 년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등록금은 지난 2003년 7.2% 상승한 뒤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6.6%씩 상승했으며, 청년실업자는 지난 3월 기준 93만 3천명을 기록했다. 본지가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본교생 3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정권의 등록금 인하노력과 청년실업 해결 노력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17.1%에 불과했다. 이민영 문과대 학생회장은 “지금까지 기성 정치권은 등록금이나 청년실업과 같은 문제들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고찰도 없었고,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듣고 내놓은 해결책들도 미봉책에 불과했다”며 “해결할 통로가 보이지 않으니까 20대들은 각자 스스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스펙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대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면을 살리기 위해선 20대에게 단순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하라는 요구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변화한 사회에 맞춰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선업 교수는 “20대의 정치적 관심이 적어졌다고 그들이 사회 이상, 삶에 대한 비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20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어떤 ‘세력’에 저항함으로서 해결되기 힘든 것인 만큼 기성세대는 20대를 비난하기 보단 애정을 갖고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들이 사회가 바뀌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스스로 20대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성주 씨는 “한 번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노동조합의 결성, 20대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들이 나와 20대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와 노력을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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