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및 국내 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난 6일(금)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제주도지원위원회의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제주도 내 영리법인병원(투자개방형병원) 허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제4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 동의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해 정부와 국회에서의 논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일반 투자자에게 자본금을 조달한 뒤 운영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추구형 병원이다. 본지가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살펴봤다. 


논란1. 의료서비스 질, 정말 높아지나?

영리병원 설립에 찬성하는 측은 경쟁체제 강화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병원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면 의료산업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의료인의 병원 독과점 현상을 막는 효과도 기대한다. 기존 의료법에선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었던 반면 새 법안에선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에게도 설립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기효(인제대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병원간의 경쟁을 통해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만 살아남아 의료산업 독과점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대 측은 영리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과대평가됐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그 근거로 미국의 사례와 세계 보건경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든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은 “영리병원이 15%를 차지하는 미국에선 의료비가 GDP의 15%임에도 그 질은 OECD 평균수준에 못 미친다”며 “많은 해외환자가 중병 치료를 위해 찾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나 엠디엔더슨암센터 모두 비영리법인병원”이라고 말했다.


논란2. 사회적 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병원이 공공기관의 성격을 벗어나 돈벌이에만 치중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보다 돈벌이에 용이한 의료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미국의 일부 영리병원에선 운영 시 손해를 보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호화스럽게 꾸미고 고급화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부유한 사람들만 진료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이 당연지정제 폐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은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당연지정제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시장의 힘이 커지면 건강보험제도를 벗어나는 병원이 생길 수 있다. 곽정숙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엔 공공성이 강한 건강보험제도가 있어 병원을 다니는데 어려움이 적다”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부유한 사람들이 민간보험을 통해 고급의료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만 건강보험에 남아 건강보험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 측은 영리병원이 허용돼도 기존의 의료체계와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병원의 90% 정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기관이고,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주체가 개인과 일반기업(영리법인)으로 확대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기효 교수는 “영리병원 허용으로 인해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주장엔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다”며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특성상 정부가 고도로 관여하고 있어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기존만큼의 정부 규제가 이뤄진다면 의료비상승이란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논란3. 외부 자본유입, 득보다 실?

정부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주식상장으로 자본 유입이 확대돼 의료산업이 발전하고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6년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OECD에 속한 19개 나라의 2004년 전체고용인구 중 보건의료 종사자 평균 비율이 6.12%인 반면, 우리나라는 3.1%에 그쳤다. 국내 의료분야의 고용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약 44만 명에 가까운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반면, 경제적 효과보다 외부 자본유입이 야기하는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외부 자본이 투자되면 고용은 증가하겠지만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 줘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병원은 이윤창출을 위해 과잉진료를 하게 되고 이는 국민의 의료비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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