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는 2000년대 초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병원 영리법인화 등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그 후 2007년 2월 당연지정제 폐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영화 조치를 거의 망라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당시 개정안은 다양한 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입법이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의 대부분은 내용적으로 2007년 의료법 개정 시도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차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엔 △영리의료법인 도입검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가 포함됐다. 이어 2008년 3,4분기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정세에서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의 확대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 추진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2005년 허용된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은 판매를 개시했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7월 29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종류에 병원경영지원 사업(MSO)을 추가하고 의료법인 간 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제주도 행정 당국은 의료민영화를 지역 주민의 개발 요구와 결합시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 의료민영화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제주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건은 지자체가 추진한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찬성 38%, 반대 40%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일단락됐다. 그런데 지난해 말 김태환 도지사가 영리병원이라는 이름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투자개방형병원’으로 바꾸고 도민 동의를 도의회의 동의(도의원 재적인원의 2/3이상 찬성)로 대신해 다시 법을 추진했다. 결국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특별법 개정의 도민 숙원 사업인 △국세의 자율권 부여 △자치재정권 강화 △녹색성장산업 육성 △관광객 전용카지노 도입을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하나의 동의안으로 묶어 재적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2008년 발의돼 계류 중인 의료채권법을 포함해 앞서 설명한 △의료법 개정안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구체화돼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올 11월 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동근|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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