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평가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에 있다. 독성평가기술의 기반이 되는 가상세포기술도 연구가 시작된지 오래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지난 여름부터 1500억 원을 투자해 가상인체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독일에선 인간의 간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세포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세포를 이용해 암과 같은 복잡한 질환에 대한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해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국가 차원을 넘어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도 가상세포모델을 도입해 신약개발과정에서 드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카이스트의 조광현 교수와 이상엽 교수가 독성평가기술 및 가상세포 연구를 이끌고 있다. 조광현 교수는 가상실험을 통해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신호전달경로의 동역학 메커니즘을 규명해냈으며, 이상엽 교수는 다양한 신종미생물을 대상으로 가상세포를 만들어  대사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두 교수 외에 국내에서 가상세포 연구를 하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본교에도 가상세포를 연구하는 센터나 연구소는 없다. 전문가들은 어느 국가도 독보적으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더욱 활발히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광현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기술격차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켜 인프라 기술을 확실히 갖춰야 한다”며 “다행히 최근 선진국에서 가상세포기술을 이용한 연구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안전청에선 해마다 ‘용역연구과제’를 실시해 독성평가를 비롯한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채 1년이 되지 않는 단기간의 연구과제란 한계를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관계자는 “독성평가기술 연구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인적·기술적 인프라 마련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도 이를 단시간에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일단 조심스럽게 소규모로 지원하고 있지만 연구자체를 육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선 다음해부터 독성평가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사업단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황대희(포항공대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계획성 없이 파편적인 기술을 개발해 서로 융합하지 못해 세계우위를 가질만한 독성평가기술의 원천 기술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식품의약안전청의 노력을 통해 독성평가기술의 원천기술이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대사공학│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인간의 목적과 다른 대사활동을 하는데, 이러한 미생물의 대사회로를 바꿔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대사공학이다. 일반적으로 대사공학 기법은 유전자를 삽입·제거함으로써 유전자의 기능 자체를 바꿔 대사의 특성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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